17일 부산 영도에서 발생한 러시아 마피아 두목 총기살해사건의 용의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부산경찰청은 25일 러시아 사할린지역 마피아 '야쿠트르파' 두목 나우모프 바실리(54)씨 살해에 가담한 아나톨리 발레리비치(35·가명·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거주)씨를 부산 동구 초량동 S모텔에서 긴급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발레리비치씨의 방을 수색, 여행용가방에서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2대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경찰은 또 범행 전 용의자들과 통화한 러시아인 맥시나(27·가명)씨를 서울 마포구에서 임의동행해 사건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다.
용의자 행적
자신이 중고자동차 무역업자라고 밝힌 발레리비치씨는 지난달 5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다. 범행 전 선불제 휴대전화(일명 대포폰)를 구입해 주범들에게 전달했고, 범행시간대인 17일 오후 8시께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숨진 바실리씨의 행적을 범행현장에 잠복해 있던 주범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발레리비치씨는 사건 발생 일주일째인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경찰의 출국금지 요청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채 부산에 돌아와 모텔에 은신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의 수사결과 범행 관련자는 최소 3명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발레리비치씨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가족 등이 마피아들에게 보복을 당할까 우려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이 검거에 결정적 도움
미궁에 빠질 뻔한 이번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은 범인들이 엉겹결에 버리고 간 1대의 휴대폰. 경찰은 휴대폰 발급장소를 추적하다 초량동 모 이동통신회사에서 발레리비치씨가 구입한 사실을 확인, 탐문수사를 벌여오다 검거에 성공했다.
또 범인들이 버리고 간 휴대폰 통화내역 추적을 통해 사건의 대략적인 윤곽을 밝혀낼 수 있었다.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확보한 휴대폰 번호는 A,B,C,D 등 모두 4개. 휴대폰 A는 현장에 버려진 것이며, A와 통화가 이뤄진 번호가 B,C,D이며, 이중 C와 D를 발레리비치씨가 소지하고 있다가 경찰 추적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를 통해 범행 시간대인 17일 오후 8시를 전후해 휴대폰 A와 B는 현장에, C와 D는 사건현장에서 4㎞ 떨어진 부산 중구 영주동과 동구 초량동에 각각 위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범행 현장에 있던 2명의 러시아인이 A와 B를 소지하고 있었고, C와 D는 검거된 발레리비치씨가 갖고 있었던 셈이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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