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볼 지음·강윤재 옮김 양문 발행·1만7,000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물이 없으면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간의 몸을 비롯해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 조직의 60∼80%가 물이다. 지구 표면은 3분의 2가 물, 20분의 1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 지구가 아니라 수구(水球)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마침 올해는 유엔이 정한 '물의 해'이다. 너무나 흔해서 귀한 줄 몰랐던 물이, 환경 파괴와 공해 등으로 갈수록 더러워지고 부족해짐에 따라 물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전지구적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매년 전세계에서 500만 명 이상이 물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약 10배나 되는 엄청난 숫자다. 특히 유아 사망의 60% 이상은 수인성 전염병과 기생충이 원인이다.
영국 출신의 과학 저술가 필립 볼의 'H껵O―A Biography of Water'(H껵O―물의 전기)는 물의 모든 것을 물리학과 화학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과학책이다. 5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복잡한 화학식 같은 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읽는 데 어렵지는 않다.
'물의 전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물의 탄생에서 출발한다.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빅뱅 이론에 기대어 물을 구성하는 두 원소, 수소와 산소의 탄생을 설명하고, 약 46억 년 전 갓 태어난 원시 지구의 풍경을 상상하는 데서 출발한다. 과학자들은 원시 지구의 뜨거운 대기에 들어있던 수증기가 냉각돼 물이 됐다고 본다. 지은이는 물의 성질과 순환 과정, 지구 외 태양계 다른 행성에서 물, 곧 생명의 흔적을 찾아 나선 우주 탐사의 역사를 소개하고, 생명의 원천이자 자원으로서 물의 역할과 미래를 살피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물과 관련된 지질학과 생물학, 기상학의 지식들, 이를테면 물의 흐름이 지구의 표면을 어떻게 조각해 왔으며, 생명체의 몸 속에서 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지구 환경에서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차근차근 일러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물은 '생명의 자궁'이자 '지구의 혈관'임이 거듭 확인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자원으로서의 물을 다루고 있다. 지은이는 마시는 물 뿐 아니라 에너지의 원천으로서 물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그는 물의 구성 성분인 수소를 이용한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얻으려는 노력을 소개하면서 물을 '푸른 색 금'에 비유한다.
유네스코는 2020년 경이면 전세계가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시대다.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은 요르단강의 지류를 둘러싸고 20세기 중반부터 물 싸움을 벌여온 터이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은 아니다. 유엔은 한국을 이미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에게 물은 단순히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의 화합물이 아니다. 그는 생명의 젖줄이자 문명의 요람, 인류의 미래를 여는 열쇠로서 물에 경의를 바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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