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고영구(高泳耉) 신임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국회가 검증을 하면 그만이지 국정원장을 임명하라 마라 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에 대한 월권"이라며 "국회도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한 폭거"라고 비난하고 5월 임시국회를 소집, 국정원장 해임권고결의안을 추진하는 등 강력한 원내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청남대 여야 대표 회동이후 '상생의 정치'쪽으로 자리잡아가던 정국이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관련기사 A5면
노 대통령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일부 위원들을 겨냥,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국정원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할 때 행세하던 사람이 나와 (고 원장에게) 색깔을 씌우려 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회가 도덕적 자질이나 업무 역량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국민에게 표출하는 것은 좋은데 심판 권한을 국회가 가진 것은 아니다"며 "국회는 국회로서 할 일이 있고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이 국정원장 임명 강행에 대해 추경 및 법안 심의와 연계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추경은 민생과 경제를 위해 하는 것이지 대통령 좋으려고, 대통령을 위해 하는 게 아니다"면서 "그것을 볼모로 하려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고 신임 국정원장에게 "과거엔 국정원장을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으로 시켰는데 이번에는 말을 잘 안듣는 사람으로 시켰다"면서 "소신을 갖고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대행은 이날 의총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즉각 고 국정원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안택수 의원은 "국정원장에 편향된 이념을 가진 사람을 임명하는 것은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지도부는 대통령의 탄핵소추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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