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명 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협력팀장북한은 미국이 쉽게 행동하거나 상대할 수 없는 대상임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최근 몇년 동안, 특히 9·11 전후로 미국의 행태에 대해 예의주시했다. 그 결과 미국이 북한에 핵 문제를 빌미로 해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과 체제를 소멸시키는 궁극적 목표를 갖고 있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라크전을 보면서 이 같은 신념이 더욱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라크전 전까지는 불가침 채택으로 체제보장을 받겠다는 것이었는데 전쟁 후 바뀌었다. 불가침 만으로는 체제보장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적대시 정책 포기'를 요구했다. 이는 불가침 선언보다 포괄적이고 더 강력한 요구로 볼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을 때 미국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핵무기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도 북한에 대가를 줘야 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시인을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보고 있다. 국무성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대처를 했다는 반응이다. 이는 곧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 유 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의 '핵 보유 시인'발언은 전술적인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3자 회담에서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아래 협상을 장기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내부 사정은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미 내놓을 수 있는 협상카드는 다 내놓은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뽑아든 것이 '핵보유 시인'으로 보인다. 그 만큼 북한은 협상을 단기간에 끝내고 싶어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북한의 핵 보유 여부는 부차적인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 여부와 수준 정도를 검증할 수는 없지만 조잡한 수준의 핵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미국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핵 보유 시인 이후 미국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핵실험을 하지 않은 상태의 핵 보유가 무기로서 가치와 실용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북한의 핵 보유 시인으로 핵 문제 해결에 미국내 매파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3자 회담 협상테이블 자체를 뒤집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더 시간을 끌려고 할 것이고 북한은 더욱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 때 우리 정부와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핵 포기 선언과 경제지원 약속을 연동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해야 한다.
류 길 재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북한이 핵 무기 보유를 시인했다는 것은 단순한 블러핑으로 볼 수 없다. 이라크 전쟁으로 명확해진 미국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서 핵 무기 보유를 시인하고, 미국의 대책을 물었다는 점이다. 이는 북미간에 근본적인 핵 협상을 하자는 것으로, 핵 동결을 합의한 제네바 협정을 개편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근본적 협상에서 체제보장에다 경제적으로는 경수로나 중유공급보다 더 많은 것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자고 제안한 것이기에 미국은 마냥 거부만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어떻게 어떤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가격을 갖고 흥정할 것인가 이다. 큰 틀에서 전개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북핵 협상이 시작하면 북미 대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핵 폐기에 대한 미국의 사찰요구 등 검증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반발할 경우 문제는 미세해지고 복잡해진다. 북핵 협상은 결국 북미간에 풀어야 할 문제임을 북한이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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