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던 국내 금융시장이 25일 또 다시 사스 및 북핵 충격파에 휩쓸렸다.국내외 투자자들은 일제히 '팔자'에 나서 원화 가치와 주가가 큰 폭으로 급락했다. 해외시장에서는 한국 외평채 가산금리가 급등하는 등 이른바 '코리안리스크(Korean Risk)' 우려가 다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원화가치 폭락·금리 불안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폭락하며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7원이상 올랐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자 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원화 약세 기대를 키우면서 역외(NDF) 달러 매수세가 붙었고, 국내 은행들도 이에 가담했다. 북한 핵 보유 시인으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추격매수심리를 부추겼고, 외국인들이 주식매도 대금을 대거 달러로 바꾼 것도 환율 상승의 원인이 됐다.
채권시장에서는 콜금리 인하 기대감과 주가급락에 영향을 받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환율상승 부담에도 불구하고 장중 한 때 전날보다 0.03%포인트 낮은 연 4.54%까지 하락했다.
반면 전날 1.12%포인트로 지난 2월5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던 한국 외평채 가산금리는 이날 한 때 1.18%포인트까지 급등했다.
주가 동반 급락 속 개인 '저가 매수'
거래소시장도 급락세로 출발해 한 때 전날 보다 무려 27포인트(4.6%) 이상 곤두박질 치기도 했다. '코리안리스크' 장기화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1조원이 넘는 매수차익잔고에 따라 우려됐던 프로그램매물이 1,300억원 이상 쏟아지면서 급락세를 이끌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20일(583)과 60일(575) 이동평균선을 나란히 하향 돌파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장세를 투매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은 5일째 순매도세를 이어가며 1,100억원 이상 팔았고, 기관 역시 8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전날 1,700억원을 넘는 1,8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는 과감한 '저가 매수'에 나서며 치열한 매매 공방을 벌였다. 사스와 북핵 위기의 향방에 대해 낙관과 비관이 극심하게 엇갈리고 있음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사스로 울고싶던 차에 '북핵'이 등을 떠다민 형국"이라며 "개인의 매수세가 두드러지지만, 외국인의 매도세도 이어져 증시는 당분간 약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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