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동 등 지음 문학과지성사 발행·1만8,000원
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사회의 모토가 된 말 중 하나가 '지식'이다. 김대중 정부가 '신지식인'을 제창하고, 기업을 중심으로 '지식 경영' 붐이 일면서 예전에는 그랬던 적이 없는 것처럼 지식이 아연 우리 사회를 지탱할 기둥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소란스럽기조차 한 이런 지식 캠페인의 실체를 학문적으로 규명하려는 노력은 사실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사회사학회가 2001년 말 정기 학술대회 주제로 삼은 '지식 변동의 사회사: 전통·현대·미래'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당시 발표 논문 가운데 11편을 고쳐 모으고, 연구 과제와 방법론을 서장으로 덧붙인 것이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사이버 시대, 지식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이재현 충남대 교수의 논문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정보의 처리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지식의 구성이 독창적 완결에서 재조합으로, 텍스트는 선형성(linearity)에서 하이퍼텍스트성으로 바뀌고 있다고 본다.
또 지식의 분배도 독점에서 무정부주의로 바뀌고, 지식 유통의 가치도 생산물의 질에서 순환의 속도로 비중이 옮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지식 구조와 유통의 변화는 비판이나 역사성보다 수행이나 효율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신문화연구원 정순우 교수와 정일균 연구교수가 각각 쓴 '조선시대 지식의 두 형식: 퇴계와 허균을 중심으로' '전통적 지식의 지속과 변용: '소학'과 개화기 수신 교과서 비교 분석'은 전통 사회에서 지식의 존재 형태가 어떤 것인지, 그것이 근대의 지식과 어떻게 충돌했는지를 살핀 글이다. 또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 근대 지식의 수용 구조를 밝힌 글이 여러 편 포함되어 있다.
책은 전통 사회와 근대, 현대를 포괄하고 있지만 시대별로 다루어진 문제 영역에 제한이 있어 지식 변동의 역사를 빠짐없이 꿰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더 관심이 커질 지식 활동의 구조와 지식 변동의 기제를 선도적으로 연구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한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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