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리들은 북한의 핵 보유 시인에 대해 예상했던 '협박'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북한이 1,2개의 핵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시인 발언이 새로운 사실을 밝힌 것도, 충격을 받을 만한 일도 아니라는 태도이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과거의 협박 게임으로 회귀했다"고 일갈했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무기를 포기해야만 외부 세계와 연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5일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전했다. 세계 9번째로 핵 보유국임을 공식 선언한 북한의 '용기'에 비할 때 원론적인 반응들이다.
하지만 미국의 이런 태도에는 복선이 깔려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 시인을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북한의 핵 문제가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옳았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려 하고 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시인은 우리가 협박을 당하지 않겠다는 점을 북한과 세계에 말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힌 데서도 확인된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 발언이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위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가장 손해를 보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부시 대통령도 "나는 북한으로부터 거부당한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듣고 싶다"고 말해 중국의 이 같은 입장을 자극했다.
당장 미국이 구체적 대응책을 내놓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갈지, 아니면 강공책을 쓸지는 북한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린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할 변수는 북한의 재처리 강행이다. 북한이 1,2 기의 핵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실험을 거치지 않은 데다 미사일에 장착할 만큼 소형화한 상태가 아니라는 게 미 정보기관의 판단이다. 하지만 북한이 8,000여개의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은 북한이 재처리로 수개월 내 몇 개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거나 이를 제3국에 판매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대응의 또 다른 변수는 정부 내 강경파들이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군사적 행동을 취하거나 엄격한 경제적 제재 조치를 담은 '플랜 B'를 실행에 옮기기를 원하는 매파들의 선택은 항상 부시의 책상에 올려져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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