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기 불황으로 국내 출판 시장도 위축된 느낌이다. 출판 담당 기자로 매주 받아보는 신간이 확 줄어든 데서 바로 실감난다. 이라크전 발발 전까지만 해도 100여종은 됐는데 요즘은 많아야 70종 쯤 된다. 출판인들도 실제 매출이 30%이상 줄었다고 아우성이다.그래서일까 처음 산 사람 중에 추첨해 경품을 주는 예가 많아졌다. 경품 종류도 갖가지다. 서평을 올리면 다른 책을 주는 건 고전적이다. 음식 관련 책은 와인이나 유명 식당 무료 시식권, 어학 책은 어학 강좌 수강권, 동화책은 필통을 사은품으로 마련하기도한다. 홈시어터 만들기 요령을 알려주는 한 실용서는 홈시어터 구축 경험담을 써보낸 독자 가운데서 추첨해 dvd 플레이어, 스피커 등도 준다. 5월에 열리는 대형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공연을 앞두고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낸 한 출판사는 공연 관람권을 사은품으로 준비했다.
책도 상품이니까, 판촉 수단으로 사은품을 주는 것을 꼭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겠다. 그러나 책의 성격과 무관하거나 아이디어의 기발함이 지나쳐 어리둥절한 사은품도 있다. 한 공인중개사 수험서는 그 책으로 공부해서 합격하면 축하금으로 책 값을 돌려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독자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는 뜻은 좋지만, 그 책으로 공부하는 사람마다 합격했다간 출판사는 망하게 생겼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베스트 셀러 '한국의 부자들'이 준비한 사은품은 금돼지다. 1명을 추첨해 10돈짜리 금돼지(63만원 상당), 2명을 추첨해 1돈짜리 금돼지를 준다. 그런데 이 책은 한국의 부자들이 어떻게 해서 부자가 됐는지 소개하면서, 젊을 때 악착 같이 벌어 종자돈을 마련하고, 요행 따위는 바라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가르침대로라면, 설령 금돼지를 받게 되더라도 마음은 편치 않겠다.
이러한 판촉 이벤트는 물론 독자를 끌기 위한 수단이다. 잘만 하면 큰 돈 들이지 않으면서 홍보 효과를 거둘 수도 있기 때문에 출판사 영업 담당자들은 판촉 이벤트의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몰한다. 그러나 어떤 사음품을 내놓든, 변합없는 것은 단 하나, 책의 경쟁력은 최정적으로 책 자체의 품질에 달렸다는 사실이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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