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 지음 중심 발행·1만원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국제사회에서 반미, 반전운동의 선봉장은 프랑스였다. 유럽에서 코카콜라 판매량이 가장 적은 나라일 뿐 아니라 프랑스어 사전에는 32개의 안티 항목에 '반미주의'가 표제어로 올라있다. 왜 프랑스는 항상 미국의 대척점에 설까. 앵글로색슨 국가와의 오랜 갈등, 드골 대통령 이후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온 자주외교 노선이나 이라크 석유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차이로도 볼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프랑스 문화 읽기'의 저자 최연구(37·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씨는 프랑스 반미 행보의 뿌리를 문화에서 찾는다. 앵글로색슨 국가의 개인주의, 자유주의는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형성된 인간존중 이념이나 국가주의적 전통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가 본 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화 코드는 바로 톨레랑스(관용)와 솔리다리테(연대)의 정신.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볼테르의 말은 프랑스인들의 이러한 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나폴레옹에 저항했던 대문호 빅토르 위고,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에밀 졸라, 파업 현장마다 나타나 노동자와 동고동락했던 피에르 부르디외 등 지식인들의 앙가주망(현실 참여) 전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프랑스의 선거가 극우부터 극좌까지 포함하는 스펙트럼의 향연이라면, 한국의 정치 현실은 흑백논리에 의한 색깔 공세가 판치는 흑백TV라고 비교하기도 한다.
샹송, 식탁문화, 르몽드 등의 예를 통해 시도하는 문화 읽기는 문화적 전통이 한 국가의 정치, 외교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저자는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프랑스 마르느 라 발레 대학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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