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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조지 오웰의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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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조지 오웰의 "1984"

입력
2003.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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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1984'는 미래소설이자 정치소설이다. 이 책은 1939년에 출간됐는데, 1984년이란 가상의 미래사회를 담고 있다. 1984년을 지나 오늘에 이를수록 소설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 같아 나는 이 책을 '20세기 묵시록'으로 생각하고 있다.1970년대 후반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전공과 관련된 데이비드 리즈먼의 '고독한 군중', 한나 아렌트의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과 유대인 학살 전범 재판 기록인 '뉘른베르 재판' 등을 읽고 있던 터였는데 학과 친구가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토론을 하자고 제의해와 선뜻 응했다.

나는 토론 자료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밤을 꼬박 지새우게 됐다. 소설 속에 펼쳐지는 전체주의적 통제 시스템의 가공할 위력 앞에 나는 몸을 떨었다. '빅 브라더'로 대변되는 전체주의적 권력에 의해 개인의 사생활이 낱낱이 감시당하고 마침내 인간성 자체가 파괴되어가는 모습이 나를 전율케 했다.

정치학도였던 나는 이 책을 통해 개인과 사회, 나아가 개인과 정치의 관계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한 인간을 파괴하는 것은 우주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버질 게오르규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이후 나는 정치에 입문하게 됐는데, 의정활동을 하면서 어떤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개인의 행복 추구가 보장되지 않는 전체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지금도 나의 질문은 계속된다.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1984'에 등장하는 초법적 당이나 신격화된 지도자 '빅 브라더'는 지금 없다. 그러나 매스컴과 정보산업, 그리고 물신주의의 대중 지배는 가속화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이 하루 24시간 텔레스크린에 감시당했듯이 우리 또한 첨단 기술문명에 의해 감시당하고 있다. 각종 폐쇄회로TV와 도청장치를 비롯해 신용카드와 휴대폰, 그리고 인공위성이 그 도구들이다.

이런 테크노피아가 과연 유토피아인가. 지금이 만약 디스토피아라면, 물질이 부족해서 불행한 게 아닐 것이다. 기술문명에 획일적으로 편승해 우리 스스로 인간성을 파괴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사회의 전체주의적 정신풍토를 예견한 '1984'는 현대사회의 병적 징후를 읽어내는 나의 교과서가 되었다.

김 충 일 아리랑TV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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