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자산운용사가 우리 정부에 북한 채권의 매입을 요청해 왔다.24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영국계 자산운용사 애버딘과 애쉬모어 등의 임원들이 최근 런던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에 참석, 우리 정부 관계자들에게 북한 채권의 매입의사를 타진했다.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는 "영국계 투자펀드에서 '통일이 되면 어차피 한국정부가 대신 갚아야 할 것 아니냐'며 매입 가능성을 물어왔다"며 "투기 목적으로 매입했다가 한반도 긴장고조로 거래가 끊겨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북한이 붕괴돼 흡수 통일이 된다면 채무 재조정을 통해 북한 채무의 일부를 떠안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현재는 분단 상황인 만큼 우리가 북한의 채무를 해결해줄 의무는 없다"고 일축했다.
재경부 산하 국제금융센터 이인우 부장은 "1976년 북한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회수가 불가능해 진 23억3,000만달러 상당의 외채 중 일부가 할인돼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채권은 북한이 신의주 특구 등 개방의지를 표명한 2002년 9월 미·북 관계 개선 가능성과 통일될 경우 한국정부가 채무를 인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원금의 16%(달러 당 16센트)선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북핵 위기 고조 이후 달러 당 10∼12센트 수준의 투기채권으로 전락했다.
국제금융계 관계자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개방을 확대하고 국제기구에 가입해 채무 재조정이 이뤄져 원금이나 이자를 일부라도 갚겠다고 선언할 경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며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과거 베트남채권 못지않은 고수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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