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 국회 정보위원회가 부적절하다는 인사청문 평가보고를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보위의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의 임명을 강행키로 했고, 민주당은 내분에 싸여 있다. 이 논란은 국정원장의 적임요건이라는 내용적 측면과, 국회와 대통령 간 정치적 법적 권한의 문제라는 형식적 측면을 갖고 있다. 국회의 의견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여야가 일치된 의견을 제시했다는 정치적 의미가 엄존하는 만큼, 노 대통령이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임명을 강행하는 것도 대통령의 권한에 해당한다. 다만 그에 따르는 정치적 책임 역시 분명하게 인식하고 감당해야 할 것이다.청와대측은 "전문성보다는 국정원 개혁을 중시한다는 차원"이라고 고 후보자의 원장 임명방침을 설명했다. 새 국정원장에게는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불식과 인사쇄신 등 내부 개혁의 과제가 중요한 게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고 후보자의 특별한 결격사유는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 후보자의 이념 편향과 과거 행적에 대해 국회가 나름대로 진지하게 행한 검증작업을 '색깔 시비'로 묵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국회 경시로 보일 수 있다. 또한 민감한 시기에 논란이 있을 수 있는 국정원장 후보의 과거 경력과 이념검증은 필요하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생각은 일방적이고, 위험해 보인다. 정보 수장의 사상행적이 명쾌하지 못하고 국가정보 및 안보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것인지 의심이 간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이를 가감 없이 밝히고 전달하는 것이 국회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의원들의 지적을 색깔론 시비로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임 원장은 국회에서 제기된 문제의 충정과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그의 부족한 전문성은 후속 인사에서 충실히 보완돼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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