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얼굴은 한 가지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 다면(多面)이다. 누군가를 어떠한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행적과 업적에 대한 평가도 한 가지 잣대로는 불가능하다. 친일 문화인들을 비롯해 훼예포폄(毁譽褒貶)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역사적 인물의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인간에 대한 평가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런 점에 익숙지 않아 크고 작은 갈등과 혼란이 빚어지곤 한다. 정부 인사시스템의 주요 장치인 다면평가제가 직무능력 중심의 평가인데도 공직자들이 낯설어 하는 것도 그런 요인 때문인 것 같다.■ 40여개 부처가 도입한 다면평가제는 예상됐던 문제점을 고루 드러내고 있다. 이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문항 설계의 합리성, 평가자와 피평가자 선정의 적정성이다. 담합 방지·평가자 익명성 보장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아직 다면평가는 인기투표 쯤으로 인식되거나 피평가자들의 순위가 알려지곤 한다. 기간이 너무 짧아서 80여명을 1인당 5초 정도에 평가했다는 국장이 있다. 평가항목 설계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데도 "다면평가를 하루 만에 끝냈다"고 말하는 기관이 있어 다면평가제의 주역인 청와대 비서관이 놀랐다는 말을 할 정도다.
■ 어제까지 사흘동안 다면평가를 실시한 복지부는 그 결과를 토대로 5월 초에 국·과장급 간부들을 전면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평가결과와 일치할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그 동안 여러 곳에서 인사내용이 평가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점수는 좋은데도 지역안배 차원에서 배척되거나 차관과 동기라서 물러나게 된 사람들에게 다면평가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이미 김대중 정부시절에 한 차례 다면평가를 실시했다가 그만두었던 기획예산처의 당시 결론은 단점이 많아 다면평가를 인사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 사실, 공직관 및 태도는 좋은데 리더십 점수가 낮은 사람을 리더십이 특히 요구되는 자리에 앉힐 수는 없을 것이다. 인사의 대원칙이 적재적소라는 점에서 다면평가제는 매우 유효한 점검제도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임명권자의 사심없고 공정한 판단과 평가결과가 적절히 배합돼야 한다. 그리고 장기 계획에 따라 꾸준히 실시하지 않는 한 다면평가제는 의미가 적다. 인사는 역시 제일 어려운 일이다.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라는 옛말은 그저 생긴 게 아니다.
/임철순 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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