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교장 단체에 국고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소식은 여러 가지 걱정을 안겨 준다. 한나라당 원내총무 이규택 의원이 발의한 퇴직교원 평생활동 지원법이 곧 국회 법사위 심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법안 이름은 퇴직교원 전체를 위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국교육삼락회란 퇴직 교장·교감 친목단체 지원이 목적이다. 그래서 법안 이름을 한국교육삼락회법이라고도 한다.이 의원은 "교육삼락회가 인성교육 상담활동과 함께 시민 문화활동도 하고 있으나 여건이 열악해 강력한 법적 위상을 갖추게 해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리 좋은 사업을 한다 해도 민간 친목단체에 국가예산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 법안이 선례가 되어 일반 공무원이나 군인 경찰관 등이 퇴직 후 친목단체를 만들어 재정지원을 요청하면 그 때마다 독립입법을 허용할 것인가. 특혜시비 차별시비가 불을 보듯 뻔한데, 왜 특정 퇴직자 단체를 싸고도는지 모를 일이다. 퇴직교원 사기진작이란 이유로 이 법안을 지지하는 교육인적자원부 처사도 이해하기 어렵다. 또 한가지 걱정은 보수 색이 짙은 이 단체가 힘을 갖게 되면 전교조의 강력한 대항세력이 되어 교육문제에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행여 그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정말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교육삼락회 스스로 법안 철회를 청원하는 것이 오해를 씻는 길이다.
우리 교단은 지금도 극한적인 분열 상태인데, 평교사 단체에 대항하는 퇴직 교장모임이 법정단체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엊그제 경복고교 교사들과의 대화에서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울고 싶은 심정" "예수가 와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로 교단의 분열상과 갈등을 개탄했다. 한국 교단의 깊은 병을 치료하려면 대결의 논리는 절대 금물임을 알아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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