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남대문 시장을 돌아보고 "경기가 이렇게 나쁜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은 금리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어 경제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미처 몰랐다"니, 할 말이 없을 따름이다. IMF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단순히 과장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 정책 당국자와 일반 국민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우려할만한 수준 임을 방증한다.남대문 시장 상인들의 말은, 상인들 특유의 '엄살'이 다소간 있었다고 해도,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임에는 틀림없다. 장사가 너무 안돼 문을 닫거나 초 고리의 사채를 쓰는 가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또 소비가 늘었다지만 부유층 상대인 명품업체 들만 호황을 누렸고 서민 대상 영업은 힘들어졌는데도 통계상으로는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게 지난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성장률도 높고 자금도 많이 풀려 경기가 곧 회복국면을 맞을 것이라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관료와 금통위원들의 주장이 얼마나 현실성 없는 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도대체 예상을 어떻게 했길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국민들이 오히려 궁금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경기가 나빠지면 서민들이 먼저 피해를 입는다면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종류의 대책은 그동안 수없이 많았다. 더 이상 무엇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위한 정책이나 발표용 정책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겉으로 나타난 수치만으로 책상 위에서 결정하는 정책은 실상과 유리될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원들의 남대문 시장 방문 결과가 잘 말해준다. 늦었지만 현실성 있는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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