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의 부적절 의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고민하고 있다. 임명을 강행하면 '국회를 무시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되고, 지명을 철회하면 자칫 개혁 드라이브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 의원들까지 가세했다는 점도 노 대통령에게는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이다.노 대통령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고 참모들도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오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의 지명철회 요구를 일축하는 분위기였으나 부적절 의견이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고위 관계자는 "참모들이 개인적 판단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24일 오전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토의를 거쳐 결론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신중한 입장에도 불구, 내부적으로는 '고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기류가 강하게 감지된다. 국정원장 인선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국정원 개혁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도 '고영구 카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국정원장 기조실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고 내정자의 부적절 판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서동만 교수에 대해서는 기류가 다소 다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서 교수는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국정원 개혁과제를 다뤄왔기 때문에 이번에 청문회 준비팀에 합류한 것이지 기조실장에 내정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내정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내정 취소도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아직 서 교수의 기용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고 있지는 않으나 일각에서는 "두 사람을 모두 살리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최종 판단은 노 대통령의 몫이고, 노 대통령이 의외의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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