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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신음하는 이들에 작은 희망이 돼주실래요?/"월드비전" 한비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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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신음하는 이들에 작은 희망이 돼주실래요?/"월드비전" 한비야씨

입력
200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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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쳐진 전쟁의 참상은 비극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전쟁은 건물, 권력이 아니라 바로 인간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깁니다."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18일간 구호활동을 펼친 후 지난 10일 귀국한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 긴급구호팀 한비야(45) 팀장은 22일 기자와 만나 전쟁이 베고 간 상처는 참혹하고 잔인하다고 누차 강조했다. 시에라리온은 10여년간 계속돼온 내전으로 전체 인구 500만명 중 100만명 이상이 죽거나 다친 아픔의 땅. "이라크전쟁에 관한 뉴스는 넘치고 구호의 손길과 관심도 커지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 작은 나라의 실상은 제가 본 그 어느 전쟁보다 잔혹하고 섬뜩했습니다." 한 팀장은 주민들이 털어놓은 전쟁의 단면을 떠올릴 때마다 몸서리쳐진다고 고백했다. '엄마가 보는 앞에서 걷지도 못하는 어린 아이를 성폭행했다' '이유 없이 임산부의 배를 갈랐다' '산 채로 사람을 뜨거운 기름에 던져 넣었다'…. 주민들의 증언은 끔찍했다.

만행을 저지른 병사들이 대부분 15세 전후의 소년병이며 그 수가 5만 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전쟁 중 '갈 곳이 없어' 반군이 됐다는 한 소년병 출신 아이는 "사람을 수없이 죽였고 민간인의 팔다리도 많이 잘랐다"고 태연히 말한 뒤 같은 상황이 오면 다시 그러겠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그렇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죽이는데 굳이 우리가 도울 필요가 있냐구요? 한국전쟁 역시 성격상 내전이었고 당시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의 장래를 비관적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우리나라를 돕겠다는 구호의 손길이 월드비전을 통해 1991년까지 이어졌습니다." 한 팀장은 원조 수혜국인 우리나라가 아직 국제사회에서 남을 돕는 데 인색한 나라로 알려져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총성이 잦아든 후 이어지는 '긴급 구호전쟁'을 위해 떠나는 한 팀장의 다음 목적지는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 29일 출국 예정이다. '구호전쟁'이라는 표현에서 구호 활동이 촌각을 다투는 다름아닌 '죽음과의 전쟁'임을 떠올리게 한다.

한 팀장은 최근 정부가 이라크에 지원하는 전후 복구비 1,000만 달러 중 150만 달러를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해 NGO의 긴급구호 활동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에 다소 고무돼있다. 더 큰 힘은 도움의 손길이다. 자신의 첫 월급 전액을 구호활동 지원금으로 내놓는 회사원이 있는 가 하면 어린이를 위해 10만 벌의 셔츠를 지원한 기업도 있다.

"눈도 못 뜰 지경이 돼 죽어가는 아이도 보름만 영양죽을 먹이면 방긋 웃으며 살아나는 데 어떻게 모른 척 할 수 있겠습니까." 2주치 영양죽 가격은 겨우 1만원. 기아에 허덕이는 5인 가족의 생존에 필요한 2주 분의 식량과 긴급구호세트도 2만원이면 마련할 수 있다.

월드비전의 이라크 긴급구호 후원은 홈페이지(www.worldvision.or.kr)나 전화(02-784-2004)를 통해 할 수 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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