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복권사업팀 이인영(47·사진) 팀장은 매주 한 번씩 '비밀작전'을 펴곤 한다.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돼 당첨금을 찾으러 오는 사람의 신원보호를 위해 은행로비나 주변에서 '간첩접선'하듯 만나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동관 6층에 마련된 특실로 안내해야 하기 때문이다.이 특실은 이중출입문을 지나 전자식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열리는 구조여서 누구도 이 팀장의 허락없이 1등 당첨자를 만날 수 없다. 하루 저녁에 '돈벼락'을 맞아 당황하는 당첨자에게 부동산, 채권, 적금 등의 재테크 컨설팅을 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최근 407억원이라는 복권사상 최고 당첨자를 포함, 46명의 1등 당첨자와 2등 당첨자를 만나보는 행운을 누린 이 팀장은 로또 고액당첨자의 유형을 나름대로 5가지로 분류했다. 시종일관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스마일형', 자신의 신분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묻지마형', 담담한 표정으로 당첨금을 받는 '덤덤해형', 당첨된 줄 알고 요란하게 왔다가 당첨이 안된 사실을 알고 허탈해하는 '헛다리형', 숫자하나 차이로 2등이 됐지만 다음에는 꼭 1등이 돼서 다시 오겠다는 '의지형' 등이 그것이다. 이 팀장은 14회에 1등 당첨금 93억7,000만원 가운데 10억원을 불우이웃과 대구방화참사 희생자 돕기 성금으로 기탁한 당첨자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이 팀장은 복권계에선 이미 '미스터 로또'로 통한다. 1999년 최고당첨금 20억원이라는 '밀레니엄 복권'을 유행시킨 뒤 3년여 동안 세계복권총회 등을 쫓아다니며 로또연구에만 열중, 로또 복권을 한국에 도입하는 등 복권사업에 관한 한 국내 최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또 복권이 사행심을 유발한다'며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들의 항의전화를 받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고 한다. 이 팀장은 "선진국에서는 로또가 건전한 복권문화로 정착됐지만 한국에선 한 순간에 부자가 될수 있다는 대박의 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심심풀이 차원에서 1만원 내외로 투자하는 게 적절하다" 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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