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국어교사모임 지음, 나라말 발행·1만3,000원
"이 책은 여러분을 가르치는 교과서가 아니라 여러분이 생각을 펼쳐가는 데 도움을 주는 하나의 디딤돌일 뿐입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이 펴낸 대안 교과서 '중학교 3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함께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국어 수업을 위해 펴낸 책이다. 2001, 2002년에 나온 중 1, 중 2 , 고등학생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을 잇는 이 책의 발간으로 전국국어교사모임의 중고교 대안 교과서 작업이 마무리됐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교과서를 즐거운 교과서로 바꿔야 이 나라 교육이 바로 선다고 믿는 80여 명의 교사들이 준비 과정을 포함해 5년 이상 힘을 합쳐 이룩한 결실이다. 앞서 선보인 3권은 2만∼4만권 씩 팔려 부교재로, 혹은 특기적성 시간의 읽을 거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중 3용 '우리말 우리글'은 '우리의 꿈을 찾아서' '모두가 행복한 세상' '얘들아, 연극하자' '아름다운 성을 위하여' 등 11개 단원으로 이뤄져 있다. 단원마다 미래의 꿈 찾기, 평등 세상, 생명, 아름답고 소중한 성 등 우리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다룬다. 원하는 직업을 조사해서 보고서 만들기, 선언문 쓰기, 신문 만들기, 연극하기, 광고 바꾸기 등 다양한 활동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문학작품의 문자 텍스트 위주인 국정 교과서와 달리 이 책은 광고·만화·영화·텔레비전·대중가요·그림·가요·사진 등 각종 자료를 활용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하게 읽고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두 번째 단원 '음식으로 떠나는 여행'을 보자. 프랑스 요리와 한국 김치에 관한 글을 차례로 소개한 뒤, 개고기 논쟁으로 넘어가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항의 편지와 이에 반박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답신을 나란히 실어 토론으로 이끈다. 북한의 시와 소설, 방송을 통해 남북 언어의 차이와 공통점을 살펴 보거나(제 5단원 '겨레도 하나 말도 하나'), 청소년들의 성 의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성의 상품화를 보여주는 광고를 패러디해 보고(제9단원 '아름다운 성을 위하여'), 상반된 주장을 담은 신문 사설을 나란히 제시해 검토하게 하는 등(제10단원 '너 신문 보니?') 이 책은 우리 시대와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음으로써 살아 있는 현재형 교과서를 지향한다.
단원마다 말미에 낱말 익히기 코너를 마련해 정확한 우리말 표현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도록 꾸몄다. 큼직한 판형에다 그림과 만화, 사진 등을 곳곳에 배치해 멀티미디어와 함께 자라는 영상세대 청소년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