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에 취해 골프 라운딩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때마침 마음이 통하는 후배와 라운딩을 하게 됐다. 5년 구력에 핸디 10정도지만 골프장을 향할 땐 언제나 마음이 설레인다.경기 이천의 덕평CC, 2년전 아는 분과 함께 한번 라운딩을 즐겼던 곳이긴 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이른 아침 티오프(22일 오전8시1분 아웃코스)여서 상쾌했으나 보슬비가 어깨를 적셨다. 며칠전 새로 구입한 테일러메이드 580드라이버(로프트 8.5도·사진1)가 잘 맞을지 걱정이 됐다. 전날 연습장을 찾아 휘둘러봤지만 시간이 부족해선지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았었다.
첫 홀은 310m 파4홀. 드라이버를 빼들었다. 어제 저녁의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힘을 빼고 연습스윙하듯 가볍게 휘둘렀다. 따귀를 때리듯 '짝'하는 소리와 함께 손끝으로 '잘맞았다'는 샷감이 전해왔다. 방향은 약간 왼쪽이었으나 빨랫줄 같았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했던 불안감은 봄눈 녹듯 사라졌다. 남은 거리는 불과 70m. 2주전 장만한 RAC아이언(OS·오버사이즈·사진2) 어프로치웨지(AW)를 잡았다. 그동안 라운딩을 하며 가장 애매했던 거리였다. 예전 같았으면 피칭웨지로 3/4 컨트롤 샷을 했을 텐데…. 샷은 그린 한가운데 떨어졌다. 최경주, 박세리 선수가 사용하고 있는 이유를 알만했다. 비거리, 방향성, 타구감 모두 만족스러웠다. 첫 홀을 가볍게 파로 마무리한 뒤 계속되는 파 행진. 드디어 5번홀(파3·135m)에선 7번 아이언으로 붙인 뒤 버디를 낚았다.
아이언샷이 부쩍 좋아진 느낌이다. 그린 적중률이 60%에서 90%로 높아졌다. 이날도 2개만 빼고 모두 그린에 올렸다. 특히 감이 좋아 이전 아이언보다 한 클럽 짧게 잡아도 제 거리가 나 내 스스로 놀랐다. 아이언이 헤드가 크고 공이 맞는 유효타구면이 넓어서인지 확실히 이전 아이언보다 샷이 편했다. 전반을 2오버로 마치자 욕심이 났다. 그늘집에서 원두커피향을 즐기며 베스트 스코어(76·충남프레야CC)를 갈아치울 마음을 먹었다.
10, 11번홀을 파로 마무리해 후반전 스타트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12번 숏홀에서 벙커에 빠진 볼을 미스해서 더블보기를 범했다. 이후 계속되는 퍼팅 난조로 후반을 7오버로 마쳤다. '욕심은 금물'이라는 골프 명언이 가슴을 때렸다. 내리던 보슬비가 그치면서 그린에 물기가 빠져 갑자기 그린이 빨라져 후반에만 5개의 3퍼팅을 범했다. 결국 81타를 기록했지만 그린 컨디션을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스코어였다. 무엇보다 새로 바꾼 장비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라운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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