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새 기함 '오피러스'(사진)가 순항중이다. 기아차 관계자에 따르면 출시 1개월 만에 4,000대의 예약이 밀려있어 주문 후 2개월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신차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대단한 성과다.이 같은 오피러스 순항의 비결은 무엇보다 수입 고급차에 손색 없는 편의장치다. 대시보드 한 가운데에는 BMW의 'I 드라이브'를 연상시키는 운전정보 모니터와 스위치가 달려있다. 또 앞문 안쪽에는 벤츠의 그것과 비슷한 시트 모양의 전동 시트조절 스위치가 자라잡고 있다. 뒷좌석 팔걸이에는 AV시스템과 뒷좌석 에어컨, 전동시트와 열선 조작 스위치가 렉서스처럼 아기자기하게 들어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운전대과 가속기 페달이 경쾌하게 반응한다. 특히 가속기 페달의 부드러움은 렉서스를 연상시킨다. 엔진과 보닛 그리고 차 천장에까지 꼼꼼히 소음차단소재를 부착해 소음 역시 시속 140㎞까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코너링에서의 쏠림 방지기능이나 제동장치의 정확성도 수입 고급세단에 뒤지지 않는다.
이 정도 편의시설과 기능을 갖춘 수입차의 가격은 보통 1억원이 훌쩍 넘는다. 그런데 오피러스의 가격은 3,800만∼4,870만원.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10월로 예정된 미국수출에서도 카니발(미국 수출명 세도나), 쏘렌토에 이어 또 한번의 돌풍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가격경쟁력이 역설적으로 오피러스의 약점을 말해준다. 한마디로 "비슷한 성능을 갖춘 차를 왜 반값도 못 받고 팔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오피러스가 '누구누구 못지 않은 차'이긴 하지만 스스로의 색깔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오피러스의 후속모델이 나올 때는 더 이상 '누구와 닮은 모습 찾기'가 필요 없어지기를 기대한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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