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통해 국가 이미지가 크게 상승했지만 아직도 많은 유럽인들은 한복을 기모노의 일종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복식을 제대로 알려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습니다."'패션과 예술의 도시' 파리에 한복박물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파리 한복박물관 건립준비위원회' 유권금(39·사진) 대표가 6월 2∼12일 파리 13구청홀에서 열리는 '한국 조선시대 궁중의상 패션쇼 및 전시회' 준비차 최근 내한했다.
유 대표는 국내 한 원단업체의 파리지사 책임자로 일하면서 2001년 10월 준비위를 발족하고 한복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열혈 여성이다. 유학 전에는 광고회사에서 일했으며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파리패션쇼에 도우미 활동을 했을 뿐 국내 패션계에는 생소한 얼굴이다. 그는 지난 12일 12박13일 일정으로 방한, 전시작품 선정과 스폰서 확보 등 행사 세부계획을 확정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파리시 4개 구청의 초대전으로 펼쳐집니다. 돈 내고 하는 행사가 아니라 한복과 한국문화에 호기심을 가진 파리사람들이 초청해 열리는 행사죠. 그런 만큼 제대로 된 전통복식 쇼를 보여줘야죠."
패션쇼와 전시회의 주제는 '왕의 일생'. 조선시대 왕손이 태어나 자라고 왕이 되고 죽을 때까지 입는 각종 한복과 장신구를 중심으로 복식사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선보인다. 한복나라가 패션쇼를 진행하고 전시회는 디자이너 김혜순씨가 맡았다. 고증은 한국복식사의 개척자이며 한복사랑운동협의회 회장을 맡고있는 유희경 박사가 담당한다. 유 박사는 준비위의 고문이기도 하다.
"파리는 매년 2,500만명의 여행객이 들르는 도시입니다. 프랑스인 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파리 한 가운데 한복박물관이 세워진다는 것은 그만큼 한복과 한국문화를 세계인에게 알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현재 파리시와 박물관 부지 임대와 관련한 협의가 진행중인 만큼 늦어도 3년 안에는 내실있는 박물관이 꾸며지리라 자신합니다."
파리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한 유 대표는 유학시절 한국문화에 대한 오해를 여러 번 경험하면서 한복박물관 건립을 구상했다. "외국에 살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저 자신 한국문화에 대한 갈증이 너무 심했고 외국인들이 한국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안타깝더라구요. 한국의 이미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얼까를 고민하던 중에 한 파티에서 제가 입은 한복을 보고 외국인들이 기모노냐고 물은 데 착안한 것이 한복박물관으로 구체화됐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파리13구를 필두로 파리 10구, 7구, 9구청 등 4개구를 돌며 2004년 5월까지 계속 열린다. 유씨는 24일 파리로 돌아간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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