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전쟁'으로도 불리는 이라크 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나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매장량 세계 2위의 이라크 석유를 장악, 국제 석유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면 OPEC의 위상이 추락할 수 있기 때문.OPEC가 24일 임시총회를 소집한 것도 이 같은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OPEC는 총회에서 전쟁 이후 국제 석유시장의 지형 변화를 논의하는 한편, 감산 결정을 통해 OPEC의 위상과 영향력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다시 한번 확인시킨다는 복안이다.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는 지난해 말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고 이라크에 친미 정권이 들어설 경우 국제 석유시장이 미국 주도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런던의 국제에너지연구센터(CGES)는 이라크가 종전 후 석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OPEC를 탈퇴할 경우 OPEC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가 전후 복구비용을 마련하려면 OPEC의 제한된 생산량 할당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이라크가 국제 석유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의견도 많다. 이라크의 석유생산 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돼 이를 복구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이라크를 둘러싼 유엔과 미국의 이해관계, 이라크에 이미 진출해 있는 프랑스, 러시아 등 석유자본과의 갈등 등이 마무리되지 않는 한 급격한 생산 증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분석가들은 이라크 석유로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최소한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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