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이와 함께 '오! 해피데이'를 보았습니다. 장나라의 연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니 남자 주인공이 방에서 옷을 벗고 운동하는 모습을 장나라가 훔쳐 보는 장면이 있던데요. 아이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잘 모르겠던데 아이 말이 맞습니까. (impji59)
'오!해피데이'에서 박정철이 운동을 마치고 들어와 샤워를 한 후 스트레칭을 하는 장면은 대역 배우를 썼습니다. 남자 주인공 박정철이 상반신 이상을 노출해 본 적이 없다고 난색을 표하는 데다 영화에서 보인 스트레칭 장면이 비교적 고난도의 훈련을 요구하는 장면이기 때문이었다는 게 영화사의 설명입니다. 이 장면을 촬영한 사람은 모델라인 소속의 모델로 키가 186㎝나 되는 장신에 몸의 비례도 훌륭했습니다. 반면 박정철의 신장은 180㎝에 조금 못미칩니다. 아마 영화에서 "대역이 아닐까'하는 느낌을 준 것도 신장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영화 속의 대역이 박정철과는 다르게 체모가 많은 것도 한 이유일 것입니다.
실은 장나라도 대역을 썼습니다. 장나라가 박정철을 훔쳐 보다가 건물 밖으로 도망가 난간에 매달려 있는 장면과 한강대교에서 자살 소동을 벌이는 장면에서 일부 대역을 썼습니다. 장나라가 고소공포증이 있기 때문입니다. 장나라의 대역은 스턴트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 가운데 장나라와 키와 몸매, 얼굴형, 머리 길이가 비슷한 사람을 선발했다고 합니다. 이 스턴트우먼은 '품행제로' 등 여러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입니다.
대역 배우의 경우 박정철의 대역 배우는 '노출'이 있었던 탓에 400만∼500만 원의 비교적 많은 개런티를 받았고, 장나라 대역은 팀 전체에 개런티가 지불돼 따로 계산하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200만 원 정도의 수고비를 받습니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스타급 배우들의 노출신은 대부분 대역 배우를 씁니다. 그래서 '밀애'의 김윤진,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엄정화의 경우 스타급 여성 연기자인데도 과감한 노출신을 대역 없이 촬영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고 지난해 각종 연기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러나 대역을 쓰지 않는다는 게 의지만으로는 되는 일이 아닙니다. 30년이 넘게 스턴트맨 없이 어려운 액션을 해낸 재키 챈의 연기 열정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입니다. 그는 등뼈, 얼굴뼈, 다리뼈 등이 수없이 부러지는 등 그야말로 '움직이는 종합병원' 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언제나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스스로 해냈습니다만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촬영한 '턱시도'에서는 대역을 처음으로 썼다고 뒤늦게 고백했습니다. 재키 챈도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순 없었던 것입니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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