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입국, 감기증상을 보인 40대 남자는 지체없이 국립보건원 사스전문가 자문위원회에 회부된 뒤 사스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치료중이고 가족 등 접촉자는 집에서 격리조치됐다. 이 남자는 중국 저장성에 거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사스위험지역에 머물지도 않은 데다 폐의 상태로 보아 결핵환자임이 분명해 사스환자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도 보건원의 조치는 엄격했다. 보건원 관계자는 "만일에 대비해 사스의심환자로 분류,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며 사소한 의심사항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그러나 불과 하루 뒤 사스의심증세로 신고된 환자에 대한 보건원의 태도는 너무나 달랐다. 같은 40대인 또 다른 남자는 폐렴증세를 보였지만 출발지가 미국이라는 이유로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은 채 격리치료만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스 2차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보건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WHO는 사스유행지역인 중국과는 차이가 있지만 명백히 미국을 사스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보건원은 변종코로나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인 환자를 사스환자로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환자판정에 이용하지 말라는 WHO의 권고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해왔다. 또 감염내과의 출신 일부 자문위원들이 사스환자도 증상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사스감기' 등으로 구분하자고 주장하지만 보건원은 '폐렴'소견이 있어야만 '사스환자'라는 WHO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WHO기준을 '바이블'로 여기던 보건원이 유독 미국 입국환자 건에 대해서는 WHO기준을 외면하는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 사스에 대한 보건원의 이중잣대가 사스의 한국유입으로 이어지지 않을 지 심히 우려된다.
정진황 사회1부 기자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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