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구 전 사장이 8일 만에 사퇴해 공석이 된 KBS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이사회를 상대로 한 로비설과 특정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두 차례 국민추천 절차를 거쳐 후보에 오른 사람은 모두 60명. KBS 이사회(이사장 지명관)는 21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14∼18일 신규 접수한 15명의 추천 서류를 검토했으며 23일 오후 회의를 속개해 이르면 주중 신임 사장을 임명 제청할 계획이다.현재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서 전 사장 제청 당시 최종 후보에 올랐던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정연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 황규환 스카이라이프 사장, 황정태 KBS 이사와 새로 추천된 김종철 전 연합뉴스 사장, 김학천 EBS 사장, 백낙청 RTV 사장 등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요즘 KBS 안팎에서는 "모씨가 이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로비를 하고 있다" "박권상 전 사장 시절 중용된 '전언회'(전주고 출신 언론인 모임) 인사들이 자리 보전을 약속 받고 모씨를 밀기로 했다" "모씨는 개혁 인사로 알려진 것과 달리 보수 성향이 짙어 반대에 부딪치자 후보를 자진 사퇴했다"는 등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심지어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특정 후보를 공개 비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국언론노조는 21일 한 후보에 대해 "언론개혁 의지와 역량을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KBS 구성원 다수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박 전 사장 시절 KBS 제작단과 시설단 감사를 지냈고 현 이사회 멤버로 서 전 사장 선임 파동에도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성명을 냈다. 그러나 해당 인사는 "KBS 제작단 감사와 시설단 고문을 지냈으나 박 전 사장 취임 전의 일이고, 서 전 사장 제청 당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어떻게 사실까지 왜곡해 가며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느냐"고 심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KBS 이사회의 투명하지 못한 선임 절차에도 원인이 있다. 이사회는 지난달 서 전 사장 제청 당시 후보 추천 접수가 끝난 지 불과 3일 만에 서류심사만으로 제청자를 결정한 데다, 선임 사유 등도 밝히지 않아 정치권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일부 이사는 "솔직히 후보자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표결에 참여했다"고 털어놓았고, 지명관 이사장도 "후보자 면접 없이 서류만 심사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사회는 21일 회의에서도 선임 절차 개선 방안을 논의하지 않은 채 기존 방식을 따르기로 해 주먹구구식 밀실 인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한 방송인은 "현행 방식은 친분 있는 사람에게 표를 주는 '인기투표'에 불과해 누가 되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표결 대상인 최종 후보만이라도 명단을 공개하고 당사자를 불러 KBS 경영 및 방송 개혁에 관한 계획과 소신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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