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은 피아노와 함께 서양 음악에서 가장 보편적인 악기로 여겨지고 있어 흔히 피아노는 '악기의 왕', 바이올린은 '악기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이올린은 변화무쌍하고 아름다운 음색뿐만 아니라 형태도 인간의 몸, 특히 여성의 몸매를 본뜬 것이라 하여 일반 대중들로부터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악기음향학 연구자에게도 제일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바이올린은 연주회장에서의 인기뿐만 아니라 가격면에서도 다른 악기와 비교할 수가 없다. 스트라디바리나 과르네리 같은 악기는 가격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며 악기인 동시에 골동품 내지 문화재로 대접 받고 있다.
흔히들 '스트라디바리의 비밀은 영원한 수수께끼이다' 또는 '스트라디바리의 비밀은 악기 표면의 칠(varnish)에 있다'고 하는데, 오늘의 시점에서 이야기한다면 이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1930년대 이래 많은 악기음향학 학자들이 바이올린에 대해 연구한 결과 유명한 이탈리아 고악기의 특성이 모두 밝혀졌으며 비슷하게 아름다운 음색을 가진 악기를 복제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필자의 친구인 독일의 뒨발트 박사는 바이올린의 음향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몇 십년 동안 독일 그레펠트 교외의 전원주택에 살면서 의뢰인이 가져온 싸구려 악기의 음색을 의뢰인이 원하는 어떤 좋은 이탈리아 고악기의 음색과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 주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바이올린의 몸체는 어떤 특정 주파수에서 특정의 진동 형태를 가지는데, 그는 단순히 악기의 형태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주파수에 따른 이 특정 진동 양식을 고악기와 일치시키거나, 근접시키는 방법으로 음색의 복제를 시도해 왔으며 이는 이론과 경험이 모두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뒨발트 박사가 음향학적으로 같은 음색의 스트라디바리를 복제했다 하더라도 복제 악기의 가격이 수백만 달러가 될 수는 없다. 복제된 악기는 골동품이나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성 굉 모 서울대 전기컴퓨터 공학부 교수 (음향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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