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에서 대통령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아르헨티나 대선의 초점은 포퓰리즘(민중영합주의)의 원조인 페론 전 대통령 이미지를 내세운 카를로스 메넴(72) 전 대통령이 컴백에 성공할지 여부이다. 파라과이는 브라질에 망명 중인 리노 세사르 오비에도(60) 전 육군 참모총장이 내세운 '대리 후보'의 파괴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페론의 닮은 꼴 메넴?
메넴 전 대통령은 미스 유니버스 출신의 칠레 TV스타 세실리아 볼로코(36)와 재혼해 미모의 에비타와 재혼했던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있다. 1989년부터 10년간 집권했던 메넴 후보가 2001년 무기 밀매 혐의로 기소까지 됐다가 3선 고지에 도전하는 것도 페론과 닮은꼴이다. 페론은 1955년 실각한 뒤 18년간 망명 생활을 하다 1973년 극적으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메넴의 지지 기반도 서민층이라는 점에서 페론과 같다. 그래서인지 메넴 후보의 집회장에는 페론 전 대통령과 에비타의 포스터로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메넴의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중도 성향의 메넴은 2001년에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던 대외 부채를 모두 갚기 위해 재정 흑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메넴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시온'에 따르면 메넴의 지지율은 18.3%로 에르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이 지지하는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산타크루스 주지사 등 다른 3명의 후보보다 조금 높았다.
그러나 그의 지지율도 20%를 넘지 못해 5월18일의 결선투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두 후보가 40% 이상 득표하고 차점자를 10% 포인트 이상 차이로 눌러야만 결선투표를 피할 수 있다.
꼭두각시 앞세운 오비에도
오비에도 전 육군참모총장도 페론과 유사한 점이 있다. 페론이 스페인 망명지에서 자신의 심복인 엑토르 캄포라 후보를 지원한 것과 같이 그도 '꼭두각시 후보'를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996년 쿠데타를 주도하고 99년 호세 마리아 아르가냐 민선 부통령 암살을 지시한 혐의로 궐석 재판 끝에 사형선고까지 받은 오비에도는 기예르모 산체스 국민연합당 후보를 대리 후보로 내세웠다. 그는 한술 더떠 브라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산체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의회는 공석이 된 부통령에 나를 임명할 것이며 이어 산체스가 대통령직을 사임해 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체스 후보는 6.8% 지지율로 4위에 머물고 있다. 군부와 농촌에 영향력이 있는 오비에도의 지원으로 산체스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갈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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