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 직후 급속히 냉각됐던 미국과 시리아 관계가 서서히 풀리고 있는 분위기이다. 20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시리아가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라크 인사들에게 망명처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오고가는 말이 한층 부드러워 졌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가 후세인 정권 잔당들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요구에 협조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시리아)에 후세인 정권의 잔당들이 있다고 생각되면 우리는 그 명단을 전달할 것이고 시리아 정부가 그들을 우리에게 인도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를 방문중인 닉 라할 등 미국 하원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는 전범으로 수배된 이라크인들에게 망명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경을 넘어오는 이라크인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의 제스처로 보아 '시리아가 미국의 다음 타깃'이란 주장은 당분간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 됐다.
하지만 '시리아 타깃론'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 내의 강경파들은 여전히 시리아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차관은 20일 발행된 아랍에미리트연합 일간지 알―칼리즈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가 헤즈볼라나 팔레스타인의 이슬람지하드 등 테러 단체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미티지 차관은 "시리아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20일 시리아를 방문,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긴급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시리아 위협 문제 등을 논의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시리아 위협에 따른 긴장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과 함께 미영군의 이라크 조기 철수 문제 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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