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등 민간단체들이 공동으로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친일음악의 진상'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친일 음악인들의 행적을 보여주는 악보, 레코드, 음악교과서 등과 함께 작품을 재연하는 영상음향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음악인들의 태평양전 지원 혈서와 국악인이 봉헌한 '황화만년지곡(皇化萬年之曲)'도 처음 공개되어 충격을 준다.해마다 친일문제가 재론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는 광복 60주년이 다 돼 가도록 우리가 냉철하게 객관화한 역사평가를 이루지 못했고, 또 이를 틈타 사실(史實)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을 말해 준다. 주최 측은 이번 전시회가 최근의 몇 친일음악인 기념사업 움직임을 규탄하고 자성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히고 있다.
한 예로 '봉선화' '옛동산에 올라' 등으로 유명한 홍난파는 젊은 시절 민족음악을 추구하다가 1936년부터 철저한 친일음악인으로 변절했다. 그는 춘원 이광수가 작사한 '희망의 아침'을 작곡하고 많은 친일 노래를 지휘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 등은 친일 행적은 거의 노출시키지 않은 채 '봉선화'같은 민족음악가적 면모만 부각시키면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현제명 이흥렬 등과 대중음악인 박시춘 남인수 등의 자료도 출품되었다.
그러나 유명 음악가의 기념관이 없는 것도 쓸쓸한 일이다. 민족적 기여와 친일 변절행위를 냉정하고 형평성 있게 조명하고 평가만 한다면, 기념관 건립은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 유족이나 관련 지자체들은 객관적 자료가 망라된 기념관을 세워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친일음악 전시회는 공정한 역사연구와 평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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