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는 재미와 감동을, 우리 세대는 지나간 시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디스코 음악에 바탕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연출자인 월간 객석 윤석화 대표의 설명이다.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Singin' in the Rain)의 제작사 SJ엔터테인먼트 이상호 대표이사의 기획 취지도 비슷하다. 뮤지컬 관객층을 넓히는 데는 복고풍이 적절하다는 요지다.실제 관객의 반응은 어떨까? '토요일 밤의 열기'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클립서비스 홍승희 팀장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장에 나가보면 중년 부부 관객도 꽤 있다. 관객의 연령대가 넓어졌음을 느낀다. 2월 '캣츠' 때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5월 10일까지 계속되는 이 뮤지컬 티켓은 이미 6만여 장이 팔렸다. 리틀앤젤스 예술회관이라는 그리 좋지 않은 공연장 위치와 이라크 전쟁과 불경기 등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뮤지컬에도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50년대 로큰롤을 배경으로 한 '그리스', 미 스탠더드 팝이 주류를 이룬 '싱잉 인 더 레인', 최근 영화로 더 유명해진 '시카고'가 잇달아 무대에 오르고, 내년 1월에는 스웨덴 혼성그룹 '아바'의 노래를 소재로 한 뮤지컬 '맘마미아'가 공연된다.
"뉴욕 브로드웨이나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은 원래 과거의 소재를 다룬다"고 잘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련의 복고풍 뮤지컬의 수입은 국내 관객과 '코드'가 맞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캣츠'와 '시카고'를 들여온 제미로의 송한샘 대리는 "미스 사이공이 일본 공연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한국 공연을 할 경우 성공할 확률이 크다"고 말한다. 베트남전 파병 경험이 있는 한국은 '미스 사이공'의 감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일본에서 극단 시키(四季)가 인기리에 공연 중인 '맘마미아'는 한국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크다. 1970년대 한국과 일본에 열광을 부른 '아바'의 노래를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일단 '토요일 밤의 열기'와 '맘마미아'는 소재인 노래를 직접 즐겼던 세대가 많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존 트래볼타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가 부른 70년대 미국의 디스코 열풍은 70년대 말∼80년대 초 한국으로 건너왔다. '맘마미아'에서 흘러나오는 '아바'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물론 50년대 로큰롤이 흘러나오는 '그리스'나 193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시카고', 무성영화 시대를 다룬 '싱잉 인 더 레인'의 감수성은 다소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비디오나 DVD등을 통해 옛 영화를 감상한 사람들에게는 굳이 세월의 격차가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다.
한 CF에서 고소영과 정우성이 몸에 착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부른 노래는 '그리스'에 삽입된 존 트래볼타와 올리비아 뉴튼존의 '서머 나이트'(Summer Night)다.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이정재가 빗속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나 한 컴퓨터 CF는 '싱잉 인 더 레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인기 영화 '시카고'도 마찬가지다. 모두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장르가 다르지만 재즈의 경우에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재즈비즈의 권오경 실장은 "95년을 전후해 한국에서 재즈 열풍이 분 후 재즈는 젊은이의 음악이 됐다"고 말한다. 원산지에서의 출발이 어땠든 받아들이는 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연강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넌센스 잼보리'의 성공 사례도 이를 증명한다. 수녀들의 컨트리 음악 연주여행이 소재인 이 뮤지컬은 요즘 세대에게는 귀에 선 '컨트리 음악'에 코믹 이미지를 덧붙여 성공했다.
공연 중인 '토요일 밤의 열기'를 비롯해 앞으로 공연 될 '그리스' '싱잉 인 더 레인' '시카고' '맘마미아'도 모두 복고풍이지만 기획자들은 "우리 관객에게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최종 판단은 물론 관객의 몫이지만 수입 라이센스 뮤지컬의 복고풍 강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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