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중간 복받치는 감정으로 책을 놓아야만 했다. 그러나 책을 놓는 순간의 희망과 감동으로 다시 처음부터 읽고야 말았다. 내 아들이 커서 고등학생이 된다면 반드시 이 책을 선물할 것이다."한 인터넷 서점 서평란에 독자가 쓴 대로 함석헌(1901∼1989)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이다. 가슴만 뜨겁고 마는 게 아니라 머리 속으로 소쇄(瀟灑)한 바람 한줄기가 지나듯 정신까지 맑아지는 역사책이다. 우리 이야기지만 세계사가 녹아 있고, 역사가 외형만 아니라 참 의미로 살아 숨쉬듯 담겨 있다.
그가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쓴 지 올해로 70년이 됐다. 선생은 오산중학교 교사였던 1933년 12월31일부터 이듬해 1월4일까지 한 강연을 다듬어 김교신(일제 말기 교육·독립 운동을 벌인 기독교인) 선생이 주간이던 '성서조선' 1934년 12월 호에 처음 이 글을 실었다. 당시 제목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였다. 50년에 단행본으로 만들었고, 61년 3판을 내면서 새로운 관점과 사관을 풀어 쓰고 책 이름도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개편했다. 지금 한길사의 함석헌 전집 20권 중 첫 권인 이 책의 틀이 이때 갖춰졌다. 책은 '메시아의 고난'이라는 기독교 사상을 차용해 우리 민족의 삶을 '고난의 역사'로 설정한 것부터 독특한 데다 '백년이 가도 천년이 가도 우리는 우리대로 산다'는 주체의식과 지나간 실패를 딛고 언젠가는 우뚝 선다는 희망의 의지로 가득하다. 우리말을 찾아 고르고 다듬어 운율에 실어 써내려 간 문장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 책의 저술 7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린다. 함석헌기념사업회는 5월2일 오후 2시 서울 명동YWCA 대강당에서 선생의 역사관과 역사철학을 집중 조명하는 학술 심포지엄을 갖는다. 조광 고려대 교수가 '함석헌의 역사철학과 한국사의 이해'를, '함석헌 평전'을 쓴 김성수씨가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 담긴 함석헌의 역사관'을, 김진 크리스챤 아카데미 책임연구원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의 육화(肉化)를 꿈꾸며'를 발표하고 김상봉 문예아카데미 원장, 서굉일(한신대), 유초하(충북대) 교수가 토론을 벌인다.
한길사는 전집 가운데 젊은이들이 꼭 읽어야 할 내용을 골라 '큰 스승 함석헌 깊이 읽기'라는 제목의 10권짜리 축약 전집을 내기 시작했다. 성경 구절 등 어려운 용어와 한문식 문장에 주(註)를 달아 풀고 관련 그림과 사진을 컬러로 넣어 이해를 도왔다. 시리즈 첫 권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인쇄가 끝나 서점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전권이 완간된다.
한길사는 또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삼성생명의 협찬으로 독후감 대회도 연다. 중·고등부와 대학·일반부 2개 부문으로 나누어 실시하며 부문별로 대상 1명에게 200만원 등 모두 1,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독후감 분량은 200자 원고지 50장 안팎이며 6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한길사(문의 031―955―2038, www.hangilsa.co.kr)로 제출하면 된다. 수상작은 9월15일 한길사 인터넷 홈페이지와 신문에 동시 발표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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