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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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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절경

입력
200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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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이 살다간 南向(남향)을 묻기 위해사람들은 앞산에 모여 있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소년들은 잎 피는 소리에 취해 산 아래로 천 개의 시냇물을 띄웁니다. 아롱아롱 산울림에 실리어 떠가는 물빛, 흰 나비를 잡으러 간 소년은 흰 나비로 날아와 앉고 저 아래 저 아래 개나리꽃을 활짝 피우며 활짝 핀 누가 사는지?

조금씩 햇빛은 물살에 깎이어 갑니다, 우리 살아 있는 자리도 깎이어 물 밑바닥에 밀리는 흰 모래알로 부서집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흰 모래 사이로 피라미는 거슬러 오르고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그대를 위해 사람들은 앞산 양지쪽에 모여 있습니다.

― 신대철 '흰 나비를 잡으러 간 소년은 흰 나비로 날아와 앉고', 시집 '무인도를 위하여'(1977년 초판)에서.

스무 살 적에 만난 시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절경(絶景). 절경의 권속들: 절창, 절세, 절정, 그리고 절망과 절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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