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전에 이어 이라크전에서도 완승을 거둔 도널드 럼스펠드(사진) 미국 국방장관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장관직에 취임한 지 2년이 지난 그는 역대 국방장관의 영역 밖이었던 정보분야는 물론, 백악관의 외교정책에까지 깊숙이 개입, 사실상 행정 전체를 아우르는 막강한 '부시 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럼스펠드 장관이 자신이 주도한 검증되지 않은 군개혁을 이라크전에 처음 적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며 "그의 그림자는 이제 펜타곤(국방부 청사)의 울타리를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럼스펠드 장관이 조지 W 부시 정부 내 최고실력자로 자리 매김 된 큰 이유는 군을 '경량화 정보화 첨단화' 하겠다는 그의 구상이 이라크전을 계기로 효율성을 인정 받았다는 데 있다.
이라크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특수군의 대규모 참전도 럼스펠드 장관의 고집이 없었다면 실현될 수 없었다는 게 군관계자의 설명이다.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의 한 측근은 "럼스펠드 장관이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특수작전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전쟁은 특수군과 정규군을 결합한 미 전쟁사의 새로운 획이 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험을 회피한다고 해서 '차고에서 나오지 않는 페라리'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특수부대를 이라크 북부와 남부에서 정규군과 뒤섞여 임무를 수행하게 해 군 조직 간 장벽을 허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평소 퉁명스럽고 다소 무례하기까지 한 말투 때문에 반발을 샀던 거친 이미지를 순화한 것도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데 한몫 했다. 2년 전 아프간 전쟁 때 전황을 의회에 거의 보고하지 않아 호된 비판을 받았던 그는 이번에는 수시로 의회와 접촉, 정치적으로도 원숙해졌음을 과시했다. 바그다드가 함락된 9일 그의 하원 연설에서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보낸 것은 그가 행정부 내 독선적 인물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럼스펠드의 위세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특수군의 등장에 밀려 상대적으로 위축된 육군과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계 최강 미군의 근간으로 자부해온 육군은 이번 전쟁에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지난달 24일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와의 첫 교전에서 육군이 자랑하는 아파치 헬기 한대가 격추되고 수 십 대가 적의 변변치 않은 화력에 공격 당한 뒤 "이라크전의 최대 패자는 무장헬기"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육군 장성들은 "아파치 헬기가 그 후의 작전에서는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도 국방부가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키고 있다"며 "해군·공군을 위해 지상군을 희생시키려 하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더욱이 전쟁 전부터 48만명에 달하는 정규군을 감축해야 한다는 럼스펠드 장관의 군개혁 청사진에 육군 수뇌부가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군부내의 불만과 이견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그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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