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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과학자등 20명 서방 망명 /11개國·NGO개입 "기획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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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과학자등 20명 서방 망명 /11개國·NGO개입 "기획 망명"

입력
2003.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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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에 협조하면 경제 비협조국 명단에서 빼 주겠다." 지난해 10월12일 미국 변호사 필립 개그너는 남태평양의 소국 나우루의 르네 해리스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 편지가 바로 '족제비 작전(Operation Weasel)'으로 명명된 북한 핵 과학자 망명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고 호주 일간지 '오스트레일리언' 주말판이 전했다.나우루는 당시 돈세탁 국가로 낙인찍혀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어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개그너는 다름 아닌 미 당국의 대리인이었고, 족제비 작전은 전형적인 미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이었다. 해리스 대통령은 1월 말 후임 대통령인 버나드 도위요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미국과 뉴질랜드 정부는 무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떤 국가(북한)의 망명자들을 도와주길 원했다"고 밝혔다.

족제비 작전의 목표는 북한 핵 과학자와 고위 장교의 망명을 촉진해 북한 정권을 붕괴하는 것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나우루를 선택한 것은 비밀작전이 용이할 뿐더러 탄로 나더라도 위험이 적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미국의 매파들은 올 초부터 북한 핵 인력의 망명을 은밀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해왔다.

이 작전에는 이후 6개월간 한국 뉴질랜드 스페인 등 11개국의 정보당국과 비정부기구(NGO)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태국 필리핀 등은 북한 핵 과학자들을 최대 30일간 보호하는 등 중간기착지 역할을 했으며, 다른 나라들은 망명자에게 영사보호, 차량 등을 제공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나우루의 전 재무장관인 킨자 클로두마는 "지난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작전 내용을 소상히 들었다"면서 "우리는 중국의 한 농장에 머물고 있는 북한의 핵과학자 가족을 영사관으로 옮긴 뒤 또 다른 대사관으로 이동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북한 핵 개발의 대부로 알려진 경원하 박사와 가족은 스페인의 도움으로 탈북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경 박사로부터 영변 주변의 핵 시설 상황 등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공교롭게 망명공작이 시작된 지난해 10월은 북한이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핵 개발 계획을 시인한 때와 거의 일치한다. 당시 경 박사가 핵심 정보를 미국측에 넘겼고 켈리 차관보가 이를 증거물로 제시했다는 관측도 있다. 탈북자 A씨는 20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지난해 말 도주한 거물급 인사를 붙잡기 위해 2차례나 베이징 시내를 뒤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 경원하박사 누구

경원하 박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다 입북한 핵 공학자로 알려져 있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경 박사는 미 핵폭탄의 메카인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일했고, 그 뒤 캐나다 맥길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1974년 입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입북시기가 72년, 74년, 80년 등으로 엇갈릴 정도로 구체적인 신상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한국과학문화연구원 윤여길 박사는 "경 박사의 박사논문 주제는 원자로 구심의 폭발체계의 기본원리인 구형폭발(Spherical Detonation)에 관한 것"이라며 "원자탄두의 폭발 메커니즘을 디자인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경 박사가 '북한 핵 개발의 대부'라는 외신보도를 뒷받침했다.

한편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은 "72년께 경 박사의 딸로 짐작되는 캐나다 퀘벡 출신의 미아, 희아 자매가 평양외국어학원에 편입해 북한 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대우를 받으며 생활해 왔다"고 밝혀 경 박사의 북한 행적의 단면을 설명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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