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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核관련 대응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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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核관련 대응 "우왕좌왕"

입력
2003.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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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이 북한 외무성 대변인과의 회견을 보도한 18일 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민망할 정도로 허둥댔다. '8,000여대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짧은 문장을 놓고 당국자마다 풀이가 달랐다.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조차 "이미 재처리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가 이를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당사자'인 정부가 헷갈리자 외신들도 180도 엇갈리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날 밤 소동은 미 국무부 관계자가 "아무런 징후가 없다"고 말한 뒤에야 북한의 기만전술로 가닥을 잡았다.

북한의 말은 중의적이고 해석이 어렵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모호한 표현을 쓰는 북한식 전략에 대한 훈련이 돼 있고, 우리의 전략적 목표가 뚜렷했다면 혼선은 없었을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대체 북한 발표문을 제대로 읽는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는 빈축도 들린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3자 회담에 대한 정책마저 우왕좌왕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미일과 협의를 마친 외교부 이수혁 차관보는 "북한이 한국의 참여에 동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더 이상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공언했다. 그 말대로라면 미국이 한국의 불참을 이유로 어렵게 성사된 회담을 깬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의는 사라지고 하루 속히 회담에 끼어 여론의 질타를 벗어나겠다는 단견만 좇고 있는 셈이다. 잠시 소외됐다는 이유로 신경전을 벌이다 더 소외됐던 1993∼94년의 전철을 되풀이 해선 안 된다. 전략적 차원에서 3자 회담을 수용했으면 회담이 잘 풀리도록 매진하는 게 장기적인 이익이다.

이동준 정치부 기자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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