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변경 프로그램의 효과'국립호텔'에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억울함을 말한다. 그들 말대로라면 죄 지은 사람은 없고 억울한 사람만 있다. 그래서 국립호텔 밥을 먹고 거기서 잠을 자 본 사람은 "검사나 판사가 이런 델 와 봐야 인권의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월에 임명된 초임검사 17명이 지난 주 교도소 밥을 먹고 감방에서 잠을 자는 1박2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잡아넣을 줄만 알던 검사가 교도소에 들어가 일반 잡범들과 숙식을 같이 한 것이다. 그 프로그램의 효과가 어떨지, 그 프로그램이 피의자나 기결수의 인권 옹호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몰라도 참신한 프로그램인 것만은 사실이다. 한 30대 검사가 "이 곳에 와보니 영장을 청구할 때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세무서에는 1일 세무서장 제도라는 것이 있다. 자기 세무서 관내 기업체 사장을 1일 세무서장으로 발령내 세무 행정의 어려움과 납세의 의무에 대해 실감케 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해 본 기업인들은 세무서원들에 대해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반대로 세무서장에게 기업체 사장을 체험케 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기업에 대한 과세가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기업인도 있다.
사장도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봐야 자신을 알게 된다. 자기 입장에서 상대를 보면 상대도 안 보이고 자기 자신은 더욱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도 보이고 자신도 보인다.
미국 오레곤주 소재 퍼시픽 전지회사는 사장의 사원체험 프로그램과, 사원의 사장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노사 양쪽이 다 그 효과에 만족하고 있다.
사원만 1주일간의 사장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회사도 있다. 사원 전부가 프로그램 이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어느 사원의 프로그램 참가 소감. "사장도 사랑 받을 권리가 있다."
사장에 대한 사원의 요구사항 3가지와, 사원에 대한 사장의 요구사항 3가지를 제출 받아 양쪽 요구사항 가운데 순위가 제일 높은 요구사항 1가지를 양 쪽이 다 즉석에서 무조건 해결해 주는 회사도 있다.
대한민국 기업의 70% 이상이 하반기에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잡지않고 있는 반면, 거의 모든 기업에서 구조조정은 이제 365일 내내 진행되고 있다. 그런 일을 계속해야 하는 사장의 입장도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럴 때일 수록 직장인의 입장만 생각해 달랄 것이 아니라, 한번쯤 회사의 입장, 사장의 입장에 서보는 것도 지혜로운 처신이다. 어차피 한 번쯤 사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 30대 직장인의 입장이니까.
/칼럼니스트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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