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추진하는 교장 선출·보직제는 20년 이상의 경력자들을 대상으로 교직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뽑고, 학교운영위의 심의를 거쳐 임명한다는 점에서 직선제와 마찬가지다. 일견 대통령 임명제보다 민주적이고 교육현장의 요구가 잘 반영될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이 제도는 학교 경영이나 교단 화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문제만 더 키울 것이다. 학원 민주화에 따라 도입된 대학총장 직선제의 부작용과 많은 대학이 임명제로 회귀하는 이유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총장 선출과정의 파벌 조성과 금품 수수 등은 정치판과 다름없다. 또 교직원, 학생까지 선거참여 투쟁을 벌여 학사업무가 마비되곤 한다. 대학도 이런데 초·중·고도 직선을 한다면 교육은 더 망가지고 교사단체 간의 학교경영 주도권 싸움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일방적인 임명제가 교장의 권력화나 전횡을 부르는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과정에서 교원 승진제도 전면개편과 보직제를 포함한 교장 임용제의 다양화를 공약했었다. 그러나 대선공약과 그 현실성은 별개다. 교육부는 이미 1월의 인수위 보고에서 선출·보직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임명제의 보완책으로 외부 초빙제·추천제·공모제 등 교장직을 다양한 경력자에게 개방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서승목 교장 자살사건 이후 더 갈라진 교단의 화합과 갈등해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 교장의 자살이 봉건적이고 관료적인 교장 임명제도 때문에 빚어진 것처럼 주장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교장 직선제는 정년단축 파동 못지 않은 폭발성이 있는 문제다. 교장 승진을 바라보며 경력을 쌓아온 교사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전교조는 지금 자신들에 대한 반대세력만 키우는 분란거리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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