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이 수감 중인 최태원 SK회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 최 회장의 거취가 SK사태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20일 금융계에 따르면 김승유 하나은행장의 주도로 국민·신한·조흥·한미·수출입은행장 등 SK글로벌 주요 채권은행장들은 18일 최 회장과 김창근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의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에 공동으로 서명, SK측에 전달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최 회장이 구속된 이후 SK글로벌 정상화에 혼선이 빚어지고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오너인 최 회장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최 회장 석방 운동에 나선 것은 SK그룹 차원의 문제해결 의지가 중요한 시점에서 계열사들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SK(주)와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들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지원반대' 운동에 부딪힌 데다 설상가상으로 크레스트가 SK(주)의 최대주주로 등장,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원천 봉쇄하고 있어 그룹차원의 문제해결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채권단은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오너로서 그룹 장악력을 가진 최 회장의 리더십 발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채권은행장은 "SK글로벌이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면 그룹전체도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SK글로벌을 살리려면 계열사간의 이해조정을 통한 그룹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며, 이는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은행장도 "죄 값은 어떤 식으로든 치러야 하지만 나라경제를 생각할 때 최 회장이 나와 '결자해지'의 노력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SK계열사 지원쪽으로 선회한 듯
정만원 SK글로벌 정상화 추진본부장(SK글로벌 에너지판매부문 대표)은 21일 그룹차원의 정상화 대책을 언론에 발표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해 그룹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채권단의 최 회장 석방 탄원에는 '그룹측의 뭔가 성의 있는 약속'이 전제가 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사태 해결이 채권단의 최 회장 석방탄원→ SK그룹의 SK글로벌 지원→ 사태 정상화 및 최 회장 석방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추측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SK글로벌이 법정관리 또는 청산에 들어갈 경우 그룹이 전체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SK글로벌을 지원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열사 출자, 자산매입 등 구체적인 지원방안은 다음달 중순 실사가 끝나고 정확한 부실규모가 나온 이후 확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룹차원의 구체적인 지원방안 마련에는 최 회장의 거취와 역할이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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