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19일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단일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하는 대신 수 개월에 걸쳐 3∼4개의 결의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이라크 경제를 이라크 신 정권에 넘길 계획이다. 이 신문은 "이 같은 접근은 프랑스, 러시아 등 안보리 회원국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미국의 전술"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경제제재 해제 요구가 이라크 석유를 장악하려는 의도로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등 석유 판매권을 당분간 유엔 감시 하에 둘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이라크(신 정부)는 몇 개의 결의안을 통해 단계적으로 (다른) 경제 부문을 넘겨받은 뒤 석유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러시아 등은 실질적으로 미국의 손아귀에 놓일 이라크 신 정부에 석유 부문을 넘겨주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미국도 유엔을 무시하고 석유 판매를 강행할 경우 국제법 위반이라는 법적 분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석유 부문을 제외한 이라크의 다른 경제 부문은 유엔 회원국간 마찰 없이 이라크인들에게 이양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타협안이 안보리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러시아는 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확인이 있어야 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고 프랑스도 제재 해제 시기와 방법은 유엔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경제제재 해제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의 입장은 이번 주 열리는 안보리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논의에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과 의약품 등 생필품을 위해 최소한의 석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 프로그램은 이라크전쟁 전에는 유엔과 이라크가 공동 관리했으나 개전 이후에는 유엔으로 넘어가 대폭 축소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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