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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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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입력
2003.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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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전집류가 유행해 집집마다 책장에는 1, 2 종류의 전집들이 꽂혀 있었다. 이 시절 많은 전집류를 탐독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무척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헤밍웨이는 1898년 7월 21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소설가로 피츠제럴드 등과 함께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을 대표하는 작가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란 당시 서양사회를 지배하던 기독교적 신앙에 근거한 기존의 가치체계와 질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방황하는 세대란 의미이다.

헤밍웨이는 다양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절제된 표현, 간결한 문장 등으로 헤밍웨이 문체라고 하는 독특한 문장을 구사하였다. 그는 최초의 장편 소설인 '해는 또 다시 떠오른다'를 통하여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1차대전을 다룬 소설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무기여 잘 있거라'도 그의 작품이다.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만년에 쓴 작품으로 그는 이 소설로 1953년에는 퓰리처상을, 54년에는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

이 소설에서 '샌디에고'라는 노인이 84일 동안이나 고기를 잡지 못한 날이 계속되자 그를 따르던 소년마저 부모의 명에 의하여 그의 곁을 떠나버리게 된다. 노인은 혼자서 조각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아가 사흘 만에 엄청나게 커다란 고기를 낚게 되나 상어의 습격을 받아 고기는 모두 상어에게 뜯긴 채 귀향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실제로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해 온 한 늙은 어부의 체험을 헤밍웨이가 윤색하여 소설화한 것으로 소설이라기보다는 마치 한 편의 서정시와 같이 바다와 낚시 광경들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인생을 살다보면 무려 84일이나 고기를 잡지 못하는 것과 같은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 더구나 천신만고 끝에 잡은 고기마저 상어의 습격으로 물거품이 되는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어. 인간은 파괴되어 죽을 수 있지만, 패배할 수 없어"라는 노인의 독백은 고독한 인간의 운명을 헤쳐나가는 의연함을 느끼게 한다.

비록 인생관이 정립되기 이전에 읽은 소설이지만 역경을 헤쳐나가는 노인의 달관한 자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린 시절 받았던 감명은 평생 뇌리 속에 남아 한가지 길을 매진하는 데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봉 건 국립문화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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