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운이 폐기했다고 감사보고서에서 밝힌 기업어음(CP) 29장은 SK글로벌이 부실기업에 지급보증을 해 준 돈을 갚는데 사용됐던 것으로 밝혀졌다.18일 SK그룹과 금융계에 따르면 SK해운이 전량 폐기했다고 밝힌 4,800억 원어치의 CP 29장은 SK해운과 SK글로벌이 원목기업인 (주)아상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인한 부실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발행됐다. SK글로벌은 1970년대 아상과 수출거래를 하면서 수출입 금융과 기업운영 자금 등 명목의 지급보증을 섰으나 80년대 들어 원목 값 상승 등으로 아상이 위기에 처하자 보증분 수 천억원을 대지급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SK그룹은 SK글로벌의 신뢰도 하락 등을 우려, SK해운이 어음 29장을 발행해 SK글로벌에게 제공토록 했고 SK글로벌은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지급 보증분을 상환했다.
SK글로벌은 SK해운에 지급한 4800억원의 대지급 채권을 아상이 아닌 제3의 기업에 있는 것처럼 숨겨오다 2002년 회계법인의 감사과정에서 노출되자 이를 대손상각 처리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글로벌이 직접 지급 보증분을 갚을 경우 부실기업에 대규모 보증을 섰다는 사실이 노출될 것을 꺼려해 SK해운을 동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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