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지휘자 로린 마젤은 11일 서울 한남동 박성용 금호문화재단 이사장 자택에서 열린 작은 연주회에서 한 젊은 피아니스트의 리스트 '파우스트 왈츠' 연주를 듣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브라보"를 외쳤다. 주인공은 손열음(17·한국예술종합학교·사진) 양이었다.손양을 인터뷰하기 앞서 한 곡 연주를 부탁했다. 쇼팽의 '피아노연습곡 Op. 25' 중 '나비'가 울려 퍼진다. 힘있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영화 '강원도의 힘'이 떠오른다. 손양은 강원도 원주 출신이다. 원주여중 재학 중 예술영재로 발굴돼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사(대학) 과정에 수석합격, 김대진 교수에게 사사 중이다. 역시 지난해 비오티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1위를 차지했다. 순수 국내파가 메이저급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다.
손양은 5살 때 동네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웠다. 예술중학교를 거치지 않은 경력도 이색적이다. "유학갈 형편은 아니었다"고 손양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은 별로 유학 생각이 없어요. 국내에서도 잘 배울 수 있고, 졸업하면 프로 연주자로 나갈 생각이에요."
영재 발탁은 원주 출신 지휘자인 서울대 임헌정 교수와 예술종합학교 정치용 교수가 손양의 재능을 아까워해 이뤄졌다. 재능이 있으면 음악을 꽃피울 수 있다는 말이 증명되는 계기였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연주가 끝나면 사람들이 나와 똑 같은 생각을 하게요." 1986년생, 아직 주민등록증도 나오지 않은 어린 학생 치고는 담담하고도 확실한 말투이다. 손양은 원래 그런 성격이라며 웃는다. 연주 공포증도 전혀 없다. "청중이 많으면 기운이 나고 객석에 빈 자리가 보이면 오히려 떨려요." 보통 연주자와는 정반대이다.
오후 7시가 넘었는데 학교에 남아있는 이유를 묻자 "23일 금호아트홀 독주회가 있어 연습시간을 늘렸다"고 실토한다. 연주 곡목은 모차르트 '소나타 Kv.576', 라흐마니노프의 '소나타 2번' 등이다.
5월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출전하는 손양은 원래 참가 나이에서 4개월이 모자라 자격이 없었지만 그 동안의 경력을 인정받아 참가한다. '열음'이라는 순우리말 이름 그대로 앞으로 스스로 길을 열어나갈 것이 기대되는 연주자다.
/홍석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