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포기하면, 대기업 총수까지 파출소에서 조사받게 됩니다.'공정거래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며, 검찰로부터 끈질긴 포기 압력을 받고 있는 '전속고발권' 지키기에 나섰다. 공정위는 1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례적으로 '현안보고'와는 별도로 전속고발권을 공정위가 갖게 된 배경과 필요성을 설명한 '기타 보고사항'이라는 자료를 제출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이나 기업주의 형사처벌에 필요한 고발권을 공정위만이 독점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공정위는 이날 자료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여부는 행위의 경제적 효과에 따라 위반여부가 달라지므로 곧바로 형사 사건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폐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폐지반대 이유로 공정거래법 위반은 반도덕적 범죄와 달리 법 위반 여부가 바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며 법 위반시 행정조치로 충분한지, 형사제재가 필요한지 전문기구가 일차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제도가 폐지돼 검찰이 임의로 경제관련 수사를 벌이기 시작하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일선 파출소에서 부당광고 등 사소한 문제로 대기업 사장을 불러 조사하게 되는 등 수사와 소송의 남발로 혼란이 빚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위는 검찰고발 유형과 기준을 규정한 '고발지침'을 운용하고 있으며, 검찰의 고발요청에는 모두 고발조치를 해왔다"며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그러나 검찰이나 시민단체 등은 공정위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욕심만 부린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 악덕 기업주를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공정위를 배제한 검찰의 SK그룹 수사와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소환 등 공정위에 대한 검찰의 압박이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두 기관 사이의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역시 검찰과 입장은 다르지만 전속고발권 제도의 개편에 동의하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고 싶다면 먼저 공정거래법을 개정, 사소한 위반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