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중국이 23일 베이징에서 갖기로 한 3자 회담은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다자 협의의 출발점이다. 3자 회담은 지난해 9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 이후 고조돼온 북핵 위기를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당사자이기도 한 3자간 회담의 향배에 따라서는 한반도의 안보 지형에 큰 변혁이 일어날 수도 있다.3자 대화를 북핵 논의의 출발로 삼은 것은 북미 양국의 이해가 절충점을 찾은 결과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북미 양자대화 방식이 북핵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부시 정부는 북한에 대해 다자대화의 틀 속으로 들어올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미국의 압력에 태도를 수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여러 나라의 개입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다자대화 요구와 북한의 실질적 양자(兩者) 요구의 접점으로서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중국이 선택됐다. 북한 입장에서 '혈맹'(血盟) 중국은 자신의 이익을 보완해주고, 특히 정전협정의 일원으로서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를 보증해줄 수 있는 무난한 존재였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주창해온 중국을 회담의 일원으로 참여시킴으로써 다자의 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부시 정부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실질적 영향력에 주목해왔고, 북한은 중국의 대미 견제력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북한은 내용면에서 양자를, 미국은 형식면에서 다자를 얻은 셈이다.
문제는 3자 회담의 성격이다. 향후 세 국가만의 협의로 핵 문제를 풀어갈 것인가, 아니면 대화의 시작에 의미를 두고 향후 외연 확대를 위한 포석인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3자 회담이 한국 일본 러시아의 배제나 소외를 의미할 경우 또다른 분란의 소지로 이어질 수 있으나, 의도적 배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윤영관 외교장관은 "한국의 참여를 북한이 반대했기 때문에 결국 3자 회담이 됐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한국의 참여에 대해 미국 중국으로부터 보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3자 회담이 그 자체로 완결된 틀이 아니라 향후 전개 과정에서 한국 일본 러시아를 참여토록 하는 '열린 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은 회담이 진행되면서 다른 나라를 참여시킬 권리를 예약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협상의 일정 단계에서 북한에 제공될 대북지원 재원 분담 문제와 체제 보장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점에서 회담의 확대는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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