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갈수록 빚을 줄여가고 있다.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이 향상된 데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빚을 대거 상환해 차입금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증권거래소가 16일 12월 결산 상장법인 451개사를 대상으로 차입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총 차입금은 126조1,018억원으로 2001년 말보다 10.73%(15조1,586억원) 감소했다. 만기가 1년 안에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금은 57조1,644억원에서 51조6,230억원으로 9.69% 줄었으며, 1년 이후 상환하는 장기성 차입금은 84조960억원에서 74조4,788억원으로 11.4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상장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109.86%로 전년보다 10.6%포인트 낮아지는 등 제조업체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도 2001년 32.22%에서 지난해 말에는 28.47%로 떨어졌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김정래 리서치팀장은 "차입금 의존도는 30% 이하가 적정 수준"이라며 "국내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미국(2001년 27.4%)보다는 높고 일본(2001년 31.3%)보다는 낮은 수준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빚이 한 푼도 없는 무차입 경영 기업도 3개사가 늘어나 극동전선, 디씨엠, 모나리자, 신세계건설 등 30개사나 됐다. 가장 많은 빚을 줄인 기업은 현대차로 지난해 1년 동안 1조6,627억원이 감소했으며, 하이닉스(1조5,682억원), SK(1조1,626억원), 삼성전자(1조782억원), POSCO(9,59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KT(3조3,594억원), SK텔레콤(1조2,158억원), KT& G(7,963억원), 데이콤(4,539억원), 한진해운(1,921억원) 등은 오히려 차입금이 늘었다. 총차입금은 한국전력이 12조4,4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T(9조1,82억원), 한국가스공사(5조6,819억원), SK(5조2,686억원), 대한항공(5조2,05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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