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해양생태계는 남극 사냥이 시작된 200여년 전부터 '남획과 붕괴'라는 악순환을 거듭했다.첫 시작은 1790년 가죽을 얻기 위한 털가죽물개 사냥부터였다. 30여년간에 걸친 사냥으로 남극과 아남극 일대의 털가죽물개가 전멸 위기에 처하자 그 자리를 코끼리해표가 차지했다. 기름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해표사냥이 계속되다 거의 100만마리 이상의 해표가 도살된 1920년대 들어서 중단됐다.
해표의 수확량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포경업이 시작됐다. 1904년 남 조지아섬에서 시작된 포경업은 남빙양 일대로 확대돼 혹동고래와 흰수염고래가 표적이 됐다. 이 고래들이 고갈되기 시작되자 참고래로 옮겨갔고, 1950년대 들어서는 보리고래와 향유고래를 잡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다른 고래들의 허용 어획량이 감소하자 밍크고래를 잡게 됐다. 1994년 남위 40도 이하의 남빙양이 고래보호구역으로 선포되기까지 150만 마리 이상이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경업이 쇠퇴하자 어류어업과 크릴어업이 뒤를 이었다. 어류어업은 남빙양의 바닥까지 내려가 저어(底魚) 종류를 잡았는데, 물개사냥과 포경업의 전철을 밟았다. 먼저 남극대구가 남획으로 붕괴된 후 남극빙어도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타깃이 된 것이 바로 '메로'로 '남획과 붕괴'라는 비극적 전사(前史)를 어김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남획과 붕괴의 악순환이 거듭되자 각국이 1980년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을 체결해 협약 수역에서 일정 수확량만을 정해 관리하게 됐지만, 불법 조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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