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업종의 예상치를 웃돈 실적이 이른바 '어닝서프라이즈(예상을 웃도는 실적호전)' 장세를 형성하면서 16일 국내외 증시가 IT 관련주를 중심으로 강력한 상승세를 나타내자 시장의 시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 집중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과 전망이 인텔처럼 예상치를 웃돌 경우, 삼성전자의 주도주 위치회복과 함께 북핵 협상 기대감 등에 따라 10일 이래 5일째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증시의 '단기랠리'가 좀 더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실적이 최근 잇따라 낮춰진 기대치를 밑돌고, 전망도 나쁠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를 분수령으로 증시는 즉시 약세, 또는 조정세로 들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효과' 기대감 확산
전날 뉴욕증시 마감 후 발표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 모토로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실적이 일제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자 16일 장중 나스닥선물이 23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국내 증시에서도 이른바 '인텔효과'가 나타났다.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5%를 넘나드는 급등세를 나타내며 전날 보다 1만4,500원 오른 31만500원으로 장을 마감, 단숨에 31만원대를 회복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10만주 이상을 매수,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며 이달 들어 계속됐던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팀장은 "북핵 협상 기대에 더해 '인텔 효과'에 따른 삼성전자 실적 기대감이 삼성전자 뿐 아니라 증시 전반에 대한 낙관론을 확산시키며 강세장을 이끌었다"며 "삼성전자의 주도주 부상 여부를 속단하긴 어렵지만 결국 18일로 예정된 실적발표가 최근 증시 상승세의 지속여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영업이익 1조6,000억원까지 가면 '청신호'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 대한 새삼스런 기대감은 역설적으로 실적 기대치가 최근 들어 잇따라 낮춰졌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의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1조6,000억∼1조8,000억원 수준.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 2월말까지 이어진 D램 가격 하락과 국내외 내수 악화에 따른 휴대폰 내수 및 수출 판매 부진, 디지털 및 생활가전의 매출 및 수익성 하락에 따라 최근에는 1조4,000억∼1조6,000억원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이다. 하나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을 특별보너스 지급으로 실적이 급감한 전분기 보다도 4.1% 줄어든 1조4,679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인텔 등의 실적이 예상밖으로 좋게 나오고, 삼성전자의 실적발표가 임박해지면서 하향 조정 일변도의 실적전망 분위기에 일부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ING 파이낸셜의 크리스 시에 선임연구원은 2분기 이후 실적 호전 가능성을 들어 "종전 후 삼성전자 주가가 47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클로벌마켓증권의 구본준 연구원도 "영업이익 전망을 컨센서스의 상단 수준인 1조5,700억원으로 제시한다"며 "삼성전자 D램 평균 판매가격이 당초 예상치 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원화 약세도 실적 호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양종금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우려는 어쨌든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본다"며 "이에 따라 실제로 부진한 실적이 나올 경우 증시 급락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반면, '어닝서프라이즈'가 현실화할 경우 현재 51%대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지분 확대 등을 통한 랠리 연장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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