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주동황의 언론보기]"세풍 언론인" 공개하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주동황의 언론보기]"세풍 언론인" 공개하라

입력
2003.04.17 00:00
0 0

언론계의 고질적인 촌지 수수 관행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세풍' 사건 수사결과를 통해서 또다시 확인됐다. 그런데 이번 언론비리는 1997년 대선 당시 국세청의 힘을 이용해 불법 모금한 선거자금의 일부라는 돈의 성격 때문에 일반 촌지와 달리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언론인들은 무슨 돈인지 가리지도 않고 받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거나 '세풍' 사건에 언론인까지 연루된 것처럼 비칠 수 있다.하긴 돈을 받은 언론인들이야 그 돈이 '세풍' 불법모금에서 나온 것인지 다른 돈인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대선 당시 언론인에게 뿌려진 촌지가 어디 그 뿐이었겠는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을 것이다. 합법적인 선거자금에서 촌지를 받은 경우는 문제가 없고 불법 모금한 '세풍' 돈을 받은 언론인만 걸렸으니 정말 재수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나중에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촌지도 받지 말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이들 비리 언론인에 대한 검찰처리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99년에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똑같은 의혹을 제기했을 때는 사실무근이라고 잡아떼더니 지금 와서는 연루 사실만 확인해줄 뿐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조사도, 처벌도 않고 있다. 또 처벌을 하지 않기로 한 기자들에 대해 더 이상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식으로 변죽만 울린다.

법률적 한계 때문에 수사도, 처벌도 못한다고 하더라도 명단은 있을 게 아닌가. 적어도 '돈을 받은 언론인은 어느 언론사의 누구이며 얼마씩 받았는데 시간이 이렇게 저렇게 흘러서 형사처벌하기가 힘들다'는 내용이라도 수사결과 발표에 담아야 할 것이다.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그런 내용이다. 검찰이 국민의 알권리를 제멋대로 재단하면 안된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집단은 또 있다. 바로 이런 비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이다. 요즘 정부부처 취재방식을 둘러싸고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며 지면을 도배질 하듯 하면서도 자기 비리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99년에 해당 비리를 폭로한 언론만 지금 떠들고 있을 뿐 대다수의 다른 신문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왜 침묵인가? 언론이 자신의 비리를 다스리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공직자와 권력 집단의 비리와 부패를 나무라고 감시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대통령 측근의 금품수수 비리를 사정없이 벗겨내는 언론이 과연 이래도 되는 건가. 다른 이유가 없다면 언론의 뻔뻔함과 오만함만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 언론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낼 독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외국의 유수 언론은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할까. 한 언론학 교수의 칼럼에 따르면,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91년 전후 최대 경제범죄사건에 자사 기자가 연루되어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을 때 사내진상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취재기자들은 물론 모든 관계자를 상대로 철저히 조사해 중간보고 및 최종결과를 제1면에 싣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한다.

비리 언론인을 감싸주는 것은 고질적인 언론 비리와 권언유착을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검찰은 '세풍' 연루 언론인의 명단과 비리 내역을 자세히 밝혀야 한다. 해당 언론사도 일벌백계 취지에서 해당 언론인을 엄정하게 조처하는 것만이 자신의 도덕성을 증명하고 독자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