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음식·숙박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이 55% 늘어나고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은 122% 폭증하는 등 은행 자금이 소비성 산업으로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대출 억제의 여파로 자금운용처를 잃은 은행들이 향락·소비산업에 대한 대출을 대폭 늘린 데 따른 것으로 지난해 '경제 거품'을 유발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국내 전 산업에 대한 은행대출 잔액(산업은행 제외)은 235조323억원으로 전년말보다 17.6%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대표적인 소비성 업종인 음식·숙박업에 대한 대출 잔액이 54.7% 늘어난 10조8,181억원에 달했다. 또 부동산·임대 및 사업 서비스업에 대한 대출은 23조6,90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5.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컨설팅, 연구개발 등 사업 서비스와 기계 임대 등을 제외한 부동산업(부동산 매매 중개업 등)에 대한 대출은 17조8,000억원으로 전년(8조원)보다 122.5%나 폭증했다.
반면 제조업 대출잔액은 93조8,70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6%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전기·가스·수도업에 대한 대출은 1.6% 줄어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부동산·임대업 등과 음식·숙박업에 대한 은행 대출은 최근 5년 사이 무려 12배와 8배 증가한 반면 제조업 대출은 5년 동안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97년 전체 산업대출금의 54.7%를 차지했던 제조업 대출 비중이 지난해 들어 39.9%로 추락한 반면, 1.4%에 불과했던 부동산·임대·사업 서비스업 대출비중은 10.1%로 급등했다.
97년 0.9% 수준이던 음식·숙박업 대출비중도 지난해에는 4.6%로 껑충 뛰었다.
한은 관계자는 "1998년 이후 소비향락 업종에 대한 은행의 여신제한이 풀린 데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억제되면서 은행들이 소비산업에 대한 대출을 크게 늘려 소비급증과 부동산가격 폭등 등 거품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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